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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드럼초보12

드럼을 배우다 20 스틱도 잡을 줄 몰랐던 왕초보였는데 어느새 스무 번째 수업시간이 되었다. 겨울학기, 봄학기 통틀어 두 번 정도 수업을 못 갔다. 한 번은 야구장, 한 번은 여행을 가느라 못 갔는데 가뜩이나 더딘 실력이 더더 느려졌다. 여행을 다녀온 날은 가까스로 수업 시간 전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침까지 달린 숙취로 강의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강사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응용패턴 네 번째 페이지를 배웠다. 하이햇 심벌과 베이스드럼, 하이햇 심벌과 스네어 드럼을 같이 치는 구간에서 버벅 댔다. 조금만 음표가 바뀌면 당황한다. 정박으로 해야 될 것을 엇박으로 치며 넘어갔다. 인자하신 강사님의 응원으로 두번 연습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앗, 실전곡 연습이 나왔다. 세 번째로 배우는 실전곡이었다. 제목은 크라잉넛 노래인 .. 2022. 6. 4.
드럼을 배우다 19 오늘은 진도가 팍팍 나갔다. 무려 3페이지나. 8비트 리듬과 필인 응용 패턴 1~3 부분이었다. 새로운 기호도 배웠다. [ .//. 2 ] 이건 앞 두 마디를 반복하라는 내용인데 기호인지와 동시에 얼른 시선을 앞으로 옮겨 연주해야 했다. 집중해서 한 페이지 연주하니 선생님이 "좋아요, 자 다음 페이지도 해보죠." 라 하셔서 바로 다음 페이지를 연주했다. 그리고 또 다음 페이지. 개인 연습을 하는 동안 집중모드를 유지했다. 안 그러면 금세 악보를 놓친다. 땀이 삐질삐질 났다. 필인은 보통 짝수 마디이다. 카운터를 세면서 해야 한다. 선생님은 드럼이 기다림이 필요한 악기라고 말씀하셨다. 발과 손을 치는 순간을 참고 치는 것, 몸이 나가려는 것을 참고 악보대로 치는 것, 성질이 급한 내가 잦은 실수를 하는 부.. 2022. 5. 27.
드럼을 배우다 18 발에 크림을 바르고 샌들을 꺼내 신었다. 한낮 기온이 20도, 체감 온도도 같아 따뜻한 한낮이었다. 반팔 차림에 드럼 가방을 들쳐 메고 밖으로 나왔다. 패드 다리를 너무 튼튼한 걸로 샀다. 가방의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드디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했을 때 강사님이 엄지 손가락 들며 '퍼펙트!'라고 하셨다. 잘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이 노래는 1997년 이민섭 목사가 작사 작곡한 찬양 복음성가이다. 초기에는 일부 개신교 교회에서만 사용되었으나, 폭발적인 인기로 우리나라 전체에서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축복송으로 다양한 가수들이 이 노래도 음반을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노랫가사가 맘에 든다. 수업 전에 유튜브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2022. 5. 5.
드럼을 배우다 17 문화센터이다 보니 배우러 오는 연령층이 다양하다. 초등생부터 성인까지 8명이 한 반인데 꼬맹이 남자아이 2명이 부산하고 떠드는 것이 4개월째 영 거슬렸다. 둘이서 떠들고, 아무 때나 질문하고, 드럼도 장난치듯이 치는데 강사님이 주의를 줘도 매시간 똑같다. '선생님, 오늘은 누가 먼저 해요? 몇 분씩 해요? 쟤보다 내가 빠르죠?' 등 한 시간 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드럼 패드도 없이 책 한 권을 둘이서 같이 보고, 개인 수업 아닐 때는 둘이 장난을 치는데 내 수업이 방해받는 것 같아 오늘은 한마디 했다. "얘들아, 다른 분 수업할 때는 조용히!" 그랬더니 얼른 "네." 한다.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한테 이른다면 수업 시간에 어떻게 하는지 눈으로 직접 보시라고 할 작정이었다. 더 이상 내 수업을 방해만 받고.. 2022. 5. 2.
드럼을 배우다 16 차 트렁크 정리하다 수업 시간이 넘은 줄도 몰랐다. 공장에서 수리를 마치고 나온 차에 옮겨 두었던 짐을 넣는 참이었다. 얼마 전 주차장에 세워 둔 차가 난데없이 받쳐서 주차공간 뒤 2m 인도까지 밀리는 사고를 당했다. "차 사고 났어."라는 남편의 톡을 회사에서 봤다.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에는 보닛이 꺽쇠 모양으로 구부러지고 앞 범퍼가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어머니 집을 찾아온 딸이 운전미숙으로 일으킨 사고였는데, 차는 대물로 보험처리만 되었다. 가해자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트렁크 정리하면서 또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목례를 하고 맨 끝자리에 앉았다. 연습용 드럼패드를 자리 앞에 설치하고 가볍게 손을 풀었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순서가 되자 책을 들고 드.. 2022. 4. 29.
드럼을 배우다 14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패드가 들어있는 무거운 가방을 들쳐 메고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주중에 연습을 한 번도 못했는데 오늘은 어떻게 넘어갈지 걱정이 되었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빠르게 건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끝에 빈 의자가 하나 남아 있었다. 이미 수업은 시작되어 강사님께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패드 조립을 해서 앞에 놓고 화이트보드에 있는 8분 음표, 16분 음표를 연습했다. 오늘은 7명이 왔다. 마지막이 내 차례였다. "자 우리 노래에 맞춰본 적 있던가요? 오늘은 노래에 맞춰서 한 번 해볼게요." 조금 떨렸다. 집에서 한 번 노래에 맞춰본게 전부였다. 강사님은 핸드폰으로 '마법의 성' 노래를 찾아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자 여기 마.. 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