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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혼자가 혼자에게

by 토닥토닥서재 2020. 10. 4.

이병률 산문집

달 출판사

1판 1쇄 발행 2019.9.19.

1판 5쇄 발행 2019.10.31.

 

 

 

서점에서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이병률 님의 <혼자가 혼자에게> 산문집입니다.

이병률 작가의 전작, 

<끌림>(2010.7.1.),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7.4.)를 읽고

느낌이 좋았던 기억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요,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일상에서의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책 읽는 동안

혼자라도 괜찮아,

혼자라서 좀 외로운데

하는 두 느낌을 모두 갖게 했어요.

 

 

 

 

서점 다녀오는 길.. 비온 뒤 노을

 

 

 

서점에 다녀오는 길에 본 하늘입니다.

해지기 직전 노을은 연핑크와 연파랑으로 어우러져

끌로드모네의 색감 같았어요.

아, 예쁘구나.

얼른 폰을 꺼내 몇 장 담아봅니다.

같이 걷던 딸아이도 우왕~하네요.

이 하늘을 혼자가 아니라 딸과 같이 봐서 다행인 날..

 

 

 

 

 

 

 

밥을 먹을 때 그 사람과 함께여서 맛이 두 배가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

별 음식도 아닌데 그 사람하고 함께 먹으면 맛있는,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슬픔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슬픔을 알더라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또 어딘가에는 슬쩍이라도 칠칠맞지 못하게 슬픔을 묻힌 사람이면 좋겠다. p60

 

 

 

 

 

 

 

 

우리는 왜 첫눈이 오면 꼭 만나자고 약속을 했을까.

그리고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한 그것이 다였을까.

 

 

우리는, 또 약속을 하게 될까.

첫눈이 내리면 어디서 만나자고.

그래. 인생은 그런 것이겠다.

그 말이 다였으며, 그 말이 무의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인 것.

그러니 우리가 기약 없는 약속만으로 충분히 좋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거다. p96

 

 

 

 

 

 

 

 

 

혼자 있으면 무조건 심심할 거라며 회피하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하고픈 걸 할 수 있는 상태는

정말로 혼자일 때 아닌가.

세상 눈치 보는 일 없이 자유로운 상태일 테니

행동력이 따라오는 건 당연.

 

혼자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외로움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다듬어준다.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특별한 의미로 사람을 빛나게 하고

또 사람관을 선명하게 한다.  p123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다른 이름은 '생각한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이란 '생각한다, 생각한다, 생각한다의 연속선'이다.

오죽하면 '사랑'이란 말의 어원이 '사량' 즉 '생각의 양 思量'이라는 설도 있겠는가.

어떤 경우에도 한 대상이 생각이 나고,

어떤 상황에서도 한 사람을 향한 생각이 불쑥

모든 것을 앞질러 덮는 형편

혹은 경로가 사랑이다.

이 화학 작용 앞에서는 누구도 포로가 된다.

감당이 어렵다.

 

이런 반복을 통해 대상을 가까이 느끼려 하고

이내 가지려 할 것이므로

결국 '생각'은 표적을 거느린

'화살'인 것이다. p235

 

 

 

 

 

 

 

 

 

나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말은, 참, 사람을 그 말의 노예로 만든다.

대신 내 몸안에서 핵분열하는 행복의 세포만 믿기로 한다.

그러니 굳이 행복을 위해 애써 하게 되는 일련의 피로란 행위들도

다 그만두자고 주문을 건다.

 

내 삶이 한두 가지 단어로 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믿고 따르면 숨 쉬는 공기 또한

나에게 한 가지 색깔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려 한다.

 

당신도 그러하길 바란다.  p274

 

 

 

 

저는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마땅한 마무리 인사가 없어서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저한테 돌아오는 이 말에는 문을 닫곤 합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행복하세요

그건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냥 인사말인 것도 압니다. 그저 그렇다는 것입니다.

 

 

 

 

 

 

 

좀 취하고

그냥 외롭게..

 

이건 제 생각입니다.

 

 

 

 

 

 

 

사는 게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니 정답이 있을 리가 없죠.

그렇지만 바라는 건 모두 비슷합니다.

좀 더 부유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작가 말에 울컥했습니다.

나쁘지는 않다는 건 괜찮다는 뜻일까요?

괜찮다는 것.. 안분지족(安分知足)

편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함을 아는 것,

절제할 줄 아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갖는 것,

그 정도면 괜찮다는 것.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넌 계속 불행할 거야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이 글을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대답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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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어갑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 공기가 창문을 닫게 하고,

잠든 아이들의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러 한 번씩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올해도 이렇게 저물고 있네요.

저 질문에 대한 답에 망설이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왜 선뜻 대답을 못하는 건지

채근할까 하다가

그 마음을 알아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혼자가 혼자에게>  이 책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에이스 크래커 한 조각과 함께

천천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장에 과자가루 안 떨어지게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