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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김 부장 편

by 토닥토닥서재 2021. 12. 30.

지난 여름이었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 끄트머리에 있는 이 신박한 제목의 책을 본 것이. 그 자리에 서서 1/3을 읽었다. 더 읽고 싶었는데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야 했다. '이게 소설이라고? 실화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건 현실에 있는 김 부장 이야기였다. 못 읽은 이후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송희구 작가는 실제 대기업 회사원이다. 새벽에 일찍 출근해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책 소개를 했다. 회사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고, 상사 3명을 한 인물로 합쳐서 묘사했으며, 부동산, 주식 투자를 권장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또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김 부장은 모 대기업에 25년째 근무 중이다
동갑내기 아내와 서울에서 자가로 살고 있으며 아들도 제법 커서 대학생이다. 연봉은 1억 정도 되며 실수령액은 650~750만 원 정도 된다. 가끔 보너스도 나온다. 주식도 1천만 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 10년째 하고 있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첫 단락은 이렇게 시작한다. 50대 중반의 김 부장의 얼굴이 그려진다. '남들이 성공한 사람이라 부러워하고, 부모님도 내 아들이 성공했다며 뿌듯해한다. 김 부장은 부장 직급을 달기 전까지 대기업의 복지를 누리고 하청업체의 접대를 받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부족함이 없었다.'로 이어진다. 이게 소설인가 싶어 다른 페이지를 두리번거렸다. 리얼한데.

김 부장은 상사보다 좋은 차를 타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 그랜저를 타는데 팀원 정대리의 차는 BMW인 것이 마땅찮다. 휴일에는 상무님을 기사역할을 하며 필드에 나간다. 자기가 들인 공에 비해 타 부서 최 부장과 더 친해 보이는 상무를 보고 승진이 안될까 전전긍긍한다. 부동산 투자 타이밍을 잡아 자기 집보다 수억씩 더 비싼 집,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상무는 김부장에게 말한다. '스스로 후배나 선배들 얘기를 잘 듣는지 한 번 생각해봐. 조직이라는 건 잘 어우러진 샐러드 같아야 해. 샐러드에다가 콜라를 뿌리면 어떻게 되겠냐. 콜라 맛 때문에 샐러드가 엉망이 되겠지. 김 부장 자네가 콜라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이어 상무는 김 부장이 올린 보고서는 무얼 말하는 건지, 어떻게 하자는 핵심은 없고 그저 보기 좋게 정리만 되어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이렇게 핵심을 알려주는 상무 같은 사람이 내 회사에는 없다. 콜라만 있을 뿐. 

오랜 관행속에 묻혀 발전하지 않는 김 부장은 본사 승진이 아닌 지방으로 좌천되고, 공장에서도 김 부장으로 불리며 일하다 퇴직금을 두둑이 받고 퇴사한다. 그 퇴직금은 당장의 체면과 욕심에 눈이 멀어 상가 사기를 당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게 된다. 가족과 친구에게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을 때 용납하지 못했고, 업무의 목적, 결과, 과정보다는 나에 대한 관심과 평판이 중요했다. 그로 인해 구시대적이고 편협한 아집과 선입견을 팀원들에게 강요했다. 내 감정에 솔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고 후회한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 갖고 싶은 욕심은 언제나 내면 깊숙히 웅크리고 있다. 그걸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1편의 김 부장처럼, 콜라처럼 살지 않는 길일 것이다.


까칠한 벨라의 한마디: 12월 22일에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억대 연봉자가 92만명으로 그 전해보다 7.5% 증가했다고 한다. 나에겐 우울한 소식이다.

 

다정한 벨라의 한마디: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