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12. 19.

제목을 보고 울컥했다. 제이는 점심시간에 들른 도서실에서 이 책을 보았다. 순간 긴 한숨이 나왔다. '휴- 딱 내 맘이네.' 학기말이라 일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보고 기한은 다가오는데 당장 해야 할 것부터 하느라 손도 못 대고 있다. 대략 틀만 잡아 놓고 하루 전에는 시작하리라 계획을 세운다. 오늘도 업무에 파묻혀 키보드 위의 손이 쉴 새가 없었다.




'네일 관리를 한주 당겨 받을걸.' 마음이 급하니 길어진 손톱이 거슬린다. 왼쪽 어깨와 귀 사이에 전화기를 대고, 컴퓨터에 눈을 떼지 않고 통화를 한다. 업무화면은 열개도 넘는다. 여기저기를 넘나들며 화면을 빠르게 전환한다.

퇴근 후 이대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집에는 아픈 가족이 있다. 요즘 제이에게 집은 편한 곳이 아니다. 도서관 늘 가던 2층 열람실이 아니라 3층 휴게실로 올라갔다. 간간히 물을 담거나 핸드폰을 충전하러 오는 사람들 외에 제이 혼자였다. 



쫓기듯 살아가고
감당할 수 없는데
감당해야 될 때가 있다

그 순간에

당신이 가장 괴로워하는 순간에
당신이 견디기 어려운 순간에
당신이 가장 버티기 외로운 순간에

모든 순간에
모든 날에 위로를 보낸다


위로가 필요했다. 누구한테든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다. 제이는 이 페이지를 금방 넘길 수가 없었다. 더 위로받고 싶어서, 책이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내 삶이 별로일지라도
너무 미워하면 안 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삶이
잘되지 않기를 바란 적 없기에
마음 졸이고 애타고 그랬지만

허무하게

내 삶이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날을
만난 것일 뿐
너무 미워하지 말자

별로일지라도

시간은 별로가 아니니까
별로일 리 없으니까
별 것 없을 리 없으니까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을 뿐
나는 의미 없고 별로인 사람이 아니니까.


'맞아, 나는 별로이지 않아.' 제이는 혼잣말을 해본다. '나는 잘 하고 있어. 잘 해내고 있잖아.'

 

오랜 관계를 위해서는 모든 관계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관계는 더 좋아집니다. 미움도 서운함도 줄어들고 이해가 생깁니다.


관계에 대해 적당한 거리는 어느정도일까? 밉고 서운한 건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 아닌가? 그걸 참기만 하라고? 제이는 글의 뜻을 알면서도 순순히 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사 너무 복잡하다.

 

기분 나쁘다고 툴툴거리지 말고 좋게 말해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도 나와 대화하고 싶어 집니다. 말을 잘한다는 건 말 한마디의 조심성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직원 중에 말로 자기 기분을 중계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잘못은 생각 않고 내뱉는 말들이 거슬린다. 업무용 단톡방은 오픈마켓 어디서 세일을 한다더라, 오늘은 뭐가 싸게 판다더라, 자신이 곧 입주하는 아파트 민원까지 올린다. 제이는 가끔 그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건지 궁금하다. 철밥통 때문에?


'후회'라는 182~183쪽 글이다.

단 한 번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 단 하루만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을 텐데/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텐데 / 현재의 후회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힘들게 한다 / 이미 일어난 일이기에 계속 떠오르면 마음을 힘들게 한다 / 그러니 이제, 충분히 후회했다며 / 후회하지 말자 / 후회로 매 순간 과거를 떠올리면 괴로워하지도 말자 / 아무리 후회한다고 해도 미래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 미래는 지금 내 모습이 바꿀 수 있을 테니까 / 내가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 기회를

 

사는 게 쉽지가 않구나, 제이는 받은 위로만큼 한숨을 담는다. 등가교환인가, 내가 위안받는 꼴을 못 보는구나, 걱정이란 녀석이 다시 고개를 든다.

 


'너 괜찮아?' 하는 물음에 제이는 대답한다. '고마워. 이렇게 물어봐주어서.'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