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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백년을 살아보니

by 토닥토닥서재 2021. 12. 13.

올해 102세가 되신 김형석교수님의 책이다. 두어달 전인가 「남을 생을 위하여」을 읽고서 뭉클했더랬다. 그이후 신간이 나와서 반갑게 집어 들었다. 인생 선배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했다. 앞으로 살 날을 가늠해 보니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생일이 지나 이제 마흔아홉, 한국나이로는 오십인 내 나이를 지나고 있으려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이에 따라 인생계획이 달라진다. 1,20대는 인생계획이 장기전이고, 3,40대는 향후 2,30년 정도의 계획을 세우게 되고, 50대부터는 10년단위가 되었다가 5년, 3년 이렇게 짧아진다. '지나온 과거는 점점 길어졌으나 다가올 미래는 예측할 수가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고 보니 노후 준비를 이제 막 미미하게 시작한 나로서는 퇴직 후의 삶은 걱정뿐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신체가 쇠약해지면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생각은 동물적이거나 물리적인 관점이다...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그런 한계가 없다. p237


'나는 60이 되기 전에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라는 작가의 말이 간혹 생기는 나의 철없음을 이해받는 기분이 들었다. 잘못하고 후회하는 일을 할때마다 당황스럽고 다시는 이러지말자 되뇌인다. 후회할 일을 되도록 만들지 말자가 내가 내린 결론이긴 하나 세상풍파에 흔들리는 이 미숙함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성장이란 무엇일까? 바로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작가는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다' 면서 '아무리 40대라 해도 공부하지 않고 일을 포기하면 녹스는 기계와 같아서 노쇠하게 된다'고 했다.

80쯤 되면 두 가지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과, 스스로 쓸모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부끄러움과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자책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것이다. 50에서 80까지는 단절되지 않는 한 기간으로 보고, 80이 되었을 때 나는 적어도 이러한 삶의 조각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재출발하라고 당부한다.

 

 

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

젊었을 때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장년기에는 신념이 있어야 하며 늙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가가 이 책을 육필로 남긴 이유는 더 늦게 전에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도움 되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장년기와 노년기를 보내는 독자에게 일상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라 조언한다. 그 중 하나가 독서에 대한 것이었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의 100년 이상 된 독서 역사를 말하며 그들이 선진국이 된 것은 독서의 힘이 컸다고 한다. 그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서를 잘 하지 않으므로 어른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들 자신의 행복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선진국이 되게 하는 애국의 길이고, 작가의 소원이라고.

또 사랑과 결혼에 대해 말했다.

이기주의자는 사랑을 못한다. 사랑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다. 그래서 가정과 사회에서 외면당하거나 버림을 받는다. p70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본인이 담당한 업무를 늦게 처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죄송하다 말은 안하는 인성에, 자신의 복무는 빠르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준 사람. 협력은 이기적이지 않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지, 내가 스트레스 받으며 협조할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겪으니 이기적인 사람은 사회에서 외면당한다는 말이 다소 직설적이고 단정적이긴 해도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내 상황에 비추어 받아들인 부분은 이렇고, 작가는 이혼을 예로 들었다. 헤어지는 사유가 성격차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성격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성격은 달라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래야 성장과 발전이 있고, 새 것을 창출해내는 행복도 있다고 잇는다. 헤어진 이유는 성격 차이가 아닌 자신도 모르게 안고 있던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결혼을 하면 자식을 낳아야 하고, 자식들에게 평범하고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완성하는것이라고 말한다. '자식 없이 사는 부부는 진정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빈 그릇이다. 왜냐하면 그 사랑의 짐을 져 본 일이 없어 자식에 대한 사랑의 고귀함을 모른다'고.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하늘을 나는 택시가 등장하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우주여행을 가는 시대 아닌가. 작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런 말씀은 맞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다양한 생활 방식이 공존하는 이 시대, 가족에 대한 개념에도 유연한 사고 필요하고 다양성을 존중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부분이다.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작가는 최고령 수영장 회원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세번 쯤 가는데 30분 정도 물 속에서 수영하고 다리운동을 한다니 부지런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자주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건강을 챙긴다고 한다. 노년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 3가지를 꼭 하라고 당부한다. 그것은 바로 공부, 취미활동, 봉사활동.

노년이 되면 일선에서 벗어난다. 자식들이 다 성장하면 다시 배우자와 나, 둘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왜 작가는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을까. 왜 잘못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물건을 쓰다가 낡으면 버리듯이 쓸쓸한 여생을 말한 것일까. 잘 기억이 안나 목차를 보고 이 곳을 다시 펼쳐 읽었다.

 

작가는 '가만히 있어도 세월은 흐르게 되어 있다. 그러니 늙는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라는 말이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며,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불편해만 하지 말고, 그 시기에 맞는 행복을 찾으라고 100세 인생 선배는 말한다.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와 함께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와 다정하고 정중하게 늙기를 희망한다고도 덧붙였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떠나야 한다면



아내와 어머니가 떠난 집에 혼자 살면서 100세 작가는 곧 다가올지 모를 마지막을 준비하는 글을 남겼다. 산이나 강, 호수와 바다가 보이는 요양병원에서 여생을 마쳤으면 한다고. '누구 곁으로 갈까 했으나 이제는 누가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며, 그 분은 어머니, 아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성숙한 인간애를 갖춘 여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죽는 장면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나의 노년기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여전히 안개속처럼 막막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희미하게 스케치를 해본다. 그 그림 속의 나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쫑.


까칠한 벨라의 한마디: 노년기의 삶도 쉽지가 않구나, 인생무상?
다정한 벨라의 한마디: 노년기 대비 준비물 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