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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3. 26.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글그림, 웅진지식하우스, 초판 1쇄 발행 2018.4.23. 초판 12쇄 발행 2018.9.17.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하완 님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입니다. 3년 전에 읽고 두 번째 읽은 책인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느낌이 달라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느꼈던 책이에요. 처음 본 3년 전은 중3, 고3 아이들에게 한창 손이 갈 때라 몸도 마음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근무지가 바뀌었고, 처리해야 할 업무는 끊이지 않았으며, 열일 후 퇴근시간이 되면 스위치를 재빨리 엄마 모드로 바꿔야 했던 시기였죠. 그러던 차에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 동안 이것 저것 읽다가 이 책을 만났습니다. 아 신빡하네, 문체가 어쩜 이리 털털하면서도 임팩트가 있을까, 제목도 재밌고, 이런 느낌을 받고 단숨에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근 남편이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 데려오게 되었는데, 이 분은 몇 장 보는 듯하더니 더 좋아하는 핸폰님으로 금방 눈길을 돌리셨습니다. 그래서 제 손에 오게 되었고, 두 번째로 읽은 책 리스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 받았던 느낌에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글자에 묻어 있는 작가의 힘들었던 지난 일생이 보였달까. 그래서 마냥 가벼운 책은 아니었구나 하는, 허허.

야매 득도 ㅎㅎ

그동안 남들이 가리키는 것에 큰 의문과 반항을 품고 살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았다. 나는 항상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그들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려고 애써왔다. 잘 안 됐지만 말이다. 사실 가능하면 '인생 매뉴얼'에 맞춰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p39 마이웨이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포기는 비굴한 실패라고 배웠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선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내'나 '노력' 같은 기술을 이미 수도 없이 익히며 살았지만, 포기하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포기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포기하지 못해 더 큰 걸 잃기도 한다.
P55 아이캔두잇

작가는 이런 현명한 포기는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의지박약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습니다. 그러면서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적절한 시기에 포기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면 그게 더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고.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교육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낡은 가치관을 강요한다. '꿈'이 아닌 '성공'을 가르치는 교육 말이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태도를 싹 바꿔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말한다. 마음껏 꿈을 펼치라고. 마치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듯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맞는 소리임에도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꿈을 꾸고 이루는 것이 어려운 '정답 사회'이기 때문이다.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p176-177 꿈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에서 열심히 사는 건 옳지 않아라는 뉘앙스를 느꼈습니다. 강산이 여러번 바뀌는 오랜 세월동안 열심히가 빠진 제 인생은 한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게 뭐지, 아무리 자유로운 표현이라지만 이렇게 대놓고 열심히 사는건 별로라 하다니.

미혼인 작가님과 학령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제 입장하고는 다르겠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관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런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

우리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이 '열심히'라는 말에는 싫은 걸 참고 해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즐겁지가 않다.

그래서 열심히 살면 힘들다. 그건 견디는 삶이니까.

"

 

두 번째로 보니 이 글이 보이는 겁니다. 작가가 말하는 '열심히'는 '재밌게'를 앙꼬로 품은 말이었구나. 같은 일도 이왕이면 '재밌게'로 생각을 바꿔보면 삶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그러자..

 

흔하고 오글거려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결국 내가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이 명언은 다 좋은데 이게 문제다, 꼭 누굴 이기고 싶어서 즐기는 건 아니다. 그냥 재미있게 살고 싶은 거다.
누굴 이기는 게 목적이 되는 순간 절대로 즐길 수 없을걸? 아무튼.

아무튼, 열심히만이 아닌, 견디는 삶이 아닌, 결과를 위한 삶이 아닌, 우리가 매일을 채워가야 할 삶은 과정 자체가 즐거운 삶이면 좋겠습니다. 내 삶은 왜 이모양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 화창한 봄날의 햇볕을 외면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재밌게 둥둥~하는 여유로움이 생기실지도. 게다가 웃음을 유발하는 일러스트가 픽하고 입꼬리를 올려드릴지도요.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