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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책 좀 빌려 줄래?(원제: I WILL JUDGE YOU BY BOOKSHELF)

by 토닥토닥서재 2021. 4. 18.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주)윌북

초판 1쇄 2020년 7월 10일, 초판 4쇄 2020년 8월 20일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치과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랜트 스나이더(Grant Snider)의 <책 좀 빌려줄래?>입니다. 원제는 <I WILL JUDGE YOU BY BOOKSHELF>이에요. '책장을 보고 널 판단할 거야'라는 제목처럼 책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카툰이란 플롯답게 각 프레임마다 담긴 재치 있는 그림과 짧은 대사(글)가 흥미롭습니다. 꼭 책에 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빼곡한 그림 구석구석을 찾아보는 재미도 느끼실 것입니다.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이란 표지글에서 눈치를 챘지만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어느 페이지에서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백할게'란 첫 글에서 '나는 책에 단단히 빠졌어. 남들 앞에서도 책을 읽어.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써. 허구와 현실을 혼동해. 도서관 연체료 미납자로 수배 중이야. 아이들 책을 훔쳐 읽곤 해.(중략)글을 쓰지 않으면 못 살아. 그래서 말인데... 책 좀 빌려줄래?'라고 책을 대하는 자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비 오는 날 걸으며 책을 읽는 사람이 책에만 우산을 씌우고 걷고 있어요. 저 정도야?큭

 

 

 

 

책 읽기 좋은 곳은 아무데나

 

'나는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써.' 이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어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포스트잇은 물론이고 카페에서 읽다가 계산한 영수증을 끼워 넣기도 하고, 냅킨이나 작은 자, 머리핀, 볼펜, 색연필 등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꽂아둡니다. 작가는 고양이 꼬리도 껴놓고 화분이나 풍선도 넣었나 봐요. 그냥 외운다, 이것에도 한표. 나중에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처음부터 다시 본 책들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이 페이지에서도 잠시 멈췄어요. 마치 브레인스토밍처럼 책에 대한 생각을 술술 풀어 놓은 것을 따라가다 보면 아 그래, 맞아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12칸 속에 담은 그림을 찬찬히 한번 보실래요? 마음에 와 닿는 단어가 있나요? 내가 골라 읽는 책은 내 성향을 투영하는 거울이고, 힘들 때 날 숨겨주는 조용한 구석이자 버팀목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도약대도 되는 것이지요.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 주는 마법의 양탄자도 되고, 책이 준 따뜻한 위로는 이불처럼 나를 감싸주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그림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상상력과 특유의 문체를 갖고 있고, 또 매일 달리기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한 작가죠. 평행 세계, 아오마메, 재즈, 무언가의 실종, 초자연적인 힘 등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에서 봤던 것을 25칸에 하나하나에서 다시 보니 반갑고, 작가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작가는 오래된 책 냄새가 좋다고 말합니다.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가 오래 전 책을 만나면 지금과 종이 질감도 다르고 좀 퍽퍽하기도 해서 책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네 냄새'라는 작가의 말처럼 손때가 묻은 오래된 책은 그 날의 젊은 자신의 체취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책 구석에  적은 읽고 난 소감이나 일상을 적은 짧은 메모를 보면 더욱 그날이 그리워지기도 해요. 

 

 

 

 

 

 

 

 

 

읽고 쓰는 일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재밌고 위트있게 담은 만화 에세이 한편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미소를 짓는 자신을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