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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by 토닥토닥서재 2021. 2. 13.

김수현 글그림, 다산북스, 초판 1쇄 발행 2020.5.14.  초판 31쇄 발행 2020.11.20.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김수현 님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입니다. 전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후 4년 만에 나온 책입니다. 책 제목은 작가가 이 책에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하네요. 애쓰지 않고 편안한 관계는 어떤 건지 궁금했습니다.

단발머리에 떡볶이 코트를 입은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는 표지입니다. 안녕하는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는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하네요. 긴 머리에 똘망한 눈을 가진 작가님, 이런 모습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은 '관계'에 대한 것을 담았습니다. 나를 이해해 줄거라 믿었던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진상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는 회사에서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많은 이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이들을 너무 쉽게 비난하고,
때론 행복하지 않은 사람조차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보다 놀라운 건
우리가 그런 말에 자주 상처받고 흔들린다는 점이다.
타인의 충고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도 있지만,
충고도 하나의 의견일 뿐, 언제나 진실인 건 아니다.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의심과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
가짜 뉴스와 선동을 감별하기 위해 확인할 것은
언제나 첫째는 근거요, 둘째는 출처다.
충고에 편협한 진실만 담겨 있다면,
근거도, 애정도 없는 참견이라면,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면,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삶에 어떤 권위도,권한이 없는 이에게
심사위원의 자리를 내줄 필요는 없다.

이 문구를 읽고 작가의 간결하고 뼈 있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너무 수용적이었던 지난날의 제 모습도 떠올랐구요. 뉴스를 맹신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약하고 어리석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뉴스에는 이면이 있다는 것을 몰랐고, 다른 이의 말을 걸러 들을 내공이 없었습니다. 착하다란 말이 마냥 좋은 말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충고란 하는 사람이 하고 싶을 때 던지는 말이 아닌 듣는 사람이 준비가 되었을 때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것 아닐까요. 듣기 좋은 충고는 없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열등감과 무력감, 초라함을 느낀다.
건강한 자존감이란
부정적인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마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열 번도 더 읽은 구절입니다. 부정적인 마음에 오래 머무르지 말자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한 순간 흔들리는 유리 멘탈에게 약이 되는 처방입니다. 용법은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꼭꼭 씹어 꿀꺽 넘기기. 

세상은 그렇게,
가까이 보면 늘 변하지만, 멀리서 보면 늘 그대로다.
그러니 관계가 영원하지 않음에
너무 오래 서글퍼하거나 너무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계절 내내 나무는 모습을 달리하지만, 늘 그 나무인 것처럼,
강물은 늘 흐르지만, 강은 여전히 강인 것처럼,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올 것이며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p87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말이 문득 떠올랐던 글입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작별'이란 노래를 불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헤어짐, 이별 같은 말을 실감했던 인생의 첫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왠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이 노랫말이 이제 막 14살이 된 어린아이에게 사람은 만나면 헤어질 때도 오는 거야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관계에 대한 집착은 우주의 섭리 앞에서는 티끌일지도 모릅니다. 그 티끌에 마음을 너무 쓰지 않는 걸로.

 

 

상대의 인격은 나의 가치는 아니다란 소제목에 있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상대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을까, 왜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할까, 이때 많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오류를 범한다고 합니다. 정작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은 안 오고, 그 사람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만 병원에 온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난폭하고, 신경질적이고, 이상한 잣대는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상대의 기분은, 상대의 태도는, 그리고 상대의 인격은 나의 가치와는 상관없다, 그러니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고 읽어내기보다는 
의심하고 억압하도록 교육받았고,
화, 슬픔, 외로움, 수치심과 같은 불편한 감정은
비교적 안전한 '가짜 감정'으로 위장되어 표현되었다.
이 때문에 우리의 마음과 행동 사이에는 괴리가 생겼는데,
내 마음을 나조차 알 수 없으면서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곤 했다. p218
감정의 은폐는 우리를 피해자로 만들거나, 가해자로 만들거나,
혹은 그 둘 모두로 만들어버린다. p195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갈등을 없앤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표출되게 만들고 병이 되게 하니 건강한 자기표현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 방법은 상대를 평가하는 '너'가 아니라 내 느낌과 내 욕구를 담은 '나' 표현 말하기 기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시를 들었습니다. '너는 나를 무시한다'와 같은 상대를 판단하는 문장을 '내가 말할 때 네가 TV를 보면서 대답하면(관찰) 나는 너한테 존중받고 싶었는데(나의 욕구)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서운해(나의 감정)', 이런 문장으로 바꿔보라는 거죠.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작가의 말대로 연습을 해보죠. 그래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서운할 일도 불편할 일도 줄어들 테니까요.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냐고 묻고 싶겠지만,
그걸 꼭 말로 해야 할 때가 있다.

건강하고 원활한 관계를 위하여,
당신의 마음을 위하여,
삶에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p196

사람은 아무리 척박하고 가혹한 환경일지라도
자신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단 한 사람만 존재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그런 존재가 곁에 있다면
부디 그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자. p283

균형을 찾는다는 건 중심을 잡는 일이고, 사람의 중심은 사랑이다, '나 자신'과 '관계'라는 것에서 균형을 통해 편안함을 찾고 나와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해주라고 작가는 마무리 글에 적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고,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 책을 통해 고민하고 있는 관계의 해법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