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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증상 | 별 탈없이 넘긴 7일의 기록

by 토닥토닥서재 2022. 11. 1.

경험해보고 싶지 않았던 코로나19가 나에게도 닥쳤다. 2019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34개월 동안 개인 방역을 잘 지켰고 무사히 넘어가나 했건만 예외는 없었다.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닦고, 질병관리청이 알려주는 주의사항을 지켰다. 9월 26일에는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었다. 이제 야구장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며 치맥을 불편하게 먹지 않아도 되는 이 시기에, 아 코로나라니. 

 

오미크론인지 델타인지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한테 당했다는 생각이 드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걸린거지? 5일 전 지역축제? 4일 전 마라톤대회? 그것 말고는 회사-집-회사-집이었다. 지역 축제 때 솔솔 풍기는 기름 냄새에 홀려 30분 넘게 줄을 서서 부침개를 사 먹었는데 그땐가? 마라톤 대회날 달리기 전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달리기 출발 신호 후 벗은 것이 문제였나? 감염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마스크를 벗은 바로 그때였을 것이다. 결국 내 잘못이다.

 

 

■ 1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다. 전날 밤 운동(달리기)때문에 여느 때처럼 왼쪽 발바닥에 통증이 있었다. 관절염 알약을 하나 먹었다. 퇴근 즈음 갑자기 열감이 확 올라왔다. 동시에 손이 시리도록 차가워졌다. 기분이 싸했다.

 

 

 

코로나 19 신속항원검사 양성확인서

토닥토닥서재 / 코로나 양성 확인서



집에 와서 자가 키트를 하니 2줄이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러 번 자가 기트를 해보았지만 처음 보는 2줄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열이 점점 오르는 게 느껴졌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전문가용 검사를 하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약 5일 치 중 한포를 먹고 드러누웠다.

 

 

코로나 19 판정받고 처방받은 약

토닥토닥서재 / 처방 받은 약

 


밤에 몸이 쑤시고, 찌릿찌릿 근육통이 왔다. 코로나에 걸린 적 없는 딸에게 자가 키트 해보라고 했다.


■ 2일 차


새벽에 오한이 와서 깼다. 담요와 두꺼운 이불을 겹쳐 덮어도 추웠다. 말할 때마다 기침이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거웠다. 평소에도 물을 자주 마시는데 아플 때라 더 신경 써서 마셨다. 커피포트에 데워서 따뜻한 상태의 물을 2리터, 수시로 마셨다. 

 

병가 내고 재택근무, 출근시간 전에 들어가서 퇴근시간 70분 지나서까지 원격으로 일했다. 점심때도 호밀빵 두 조각과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아플 틈이 없었던 걸까, 열은 내려갔고, 근육통도 사라졌다. 그 집 약 잘 짓네, 의사 선생님이 훌륭해, 약 한번 먹고 열과 찌릿했던 근육통이 없어지다니,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안 아파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 출근 전에 밥 하고 미역국을 끓여놓았다. 아이들과 시간차를 두고 번갈아 식사를 했다.
"몸 좀 어때? 무지 아플 텐데... 오늘 집에 갈 때 죽 사갈게." 
지난봄에 먼저 코로나를 겪은 남편은 내가 밥도 못 먹고 누워있는 줄 아나보다.

 


 

■ 3일 차


말을 별로 하지도 않았지만 몇 마디 하려고 하면 기침이 나왔다. 심하게 기침 서 너번 했는데, 그때마다 가래가 나왔다. 자기 전에 코가 막혀서 답답했다. 

2리터 이상의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셨다. 어제보다 일은 적었지만 퇴근시간 1시간 전까지 일했다. 병가 내고 이만큼 일했으면 됐다 하고 노트북을 딱 덮고 소파에 잠깐 누웠다. 저녁에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스쿼트 150개, 제자리 걷기를 했다.
"몸은 좀 어때? 죽 사가?"
남편이 또 죽 타령이다. 나 밥 잘 먹고 있어. 폐가 아픈 거지 소화기관은 괜찮아.

 


■ 4일 차


기침은 어제보다 덜 했고, 기침 때마다 동반하던 가래도 줄었다. 오전까지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늦은 오후 되니 목소리가 나왔다. 자기 전에 코가 막혀서 답답했다. 

물 2리터를 자주 마셨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스쿼트를 오전에 100개, 오후에 100개 했다. 집안일 다 하고, 아이들 밥 차려줄 정도로 몸이 거의 다 돌아온 듯하다.

 

 

기도 세포를 뒤덮은 코로나바이러스

토닥토닥서재 / 기도세포를 뒤덮은 바이러스 / 출처: https://m.dongascience.com/news (동아사이언스)


내 몸속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검색을 했다. 이 사진은 2020년 9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공개된 사진이다. 인간 기도 상피세포에 달린 섬모(파란 부분) 사이사이에 붉은색 물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붉은 입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이며, 감염된 지 나흘 만에 인간 세포 표면을 가득 뒤덮고 있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본 것이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기도세포 뒤덮은 코로나 바이러스, 2020. 9. 14. 기사)

내 기도와 폐도 저렇게 공격을 받고 있겠구나.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킬러 세포들이 힘내라 엌 콜록콜록.

 


 

■ 5일 차~6일 차

기침 줄어들고, 컨디션 나쁘지 않다. 밥 먹고 약 먹고 물 마시고를 반복했다. 일상생활하는데 문제는 없다. 

 

■ 7일 차

약을 좀 더 먹어야 하나 물어보기 위해 병원에 갔다. 7일 차 이긴 해도 아직 격리 중이라 다른 대기 손님들과 거리를 두고 순서를 기다렸다. 곧 이름이 불려졌다.

 

진료의자에 앉았다.

"약 먹고 바로 다음 날부터 열하고 근육통은 없어졌어요. 기침도 많이 줄었고요. 근데 가래는 좀 남아있어요."

"네, 내일부터 밖에 나오셔도 되고요. 전염력은 없어졌지만 증상은 한 3주 갑니다. 금방 없어지지 않아요."

"네."

"그리고 이제부터 운동을 하셔야 해요."

"네, 운동은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해서 빨리 나았네요. 약은 5일 치 지어드릴까요? 먹다가 증상이 완화되면 중지하셔도 됩니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의 말에 기분이 좀 좋아졌다.

 

토닥토닥 서재 / 두 번째 처방 받은 약

 



코로나19가 터지고 언젠가 나도 걸리게 되면 격리하는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 주로 밀린 일을 처리하는 거였는데, 인화한 사진을 앨범에 정리하는 것, 모바일 사진을 폴더에 정리하는 것, 읽은 책들을 블로그에 정리하는 것, 못 본 책 읽기 등등.

일주일의 시간이라면 전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밀린 일들로 체기를 느꼈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겠지. 게으름으로 미루었던 일들을 해치우는 실행력을 파바박 발휘해야지.

그러나 7일이란 격리 시간은 이 모든 것을 해내기에는 부족했다. 적어도 이틀은 몸이 불편했고, 3일은 병가가 무색하게 재택근무를 해야 했으며, 나의 글쓰기 속도는 여전히 더뎠고, 반납기한이 닥치는 책을 먼저 읽어내기에 바빴다.

그래도 이 정도인 게 어딘가. 열과 근육통은 하룻밤 자고 나니 사라졌고, 말을 하지 않으면 기침은 나오지 않았고 스쿼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은 회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이만한 게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내일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시침이 도는 속도가 달리기만큼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잘 달려야 할 텐데, 넘어지지 말아야 할 텐데. 7일 동안 염려해준 가족과 안부를 물어준 직장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별 탈 없이 넘긴 코로나19, 일주일의 기록을 여기서 마친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