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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 | 신라호텔

by 토닥토닥서재 2022. 9. 18.

지난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못 본 아쉬움에 이번 전시회는 티켓팅이 오픈하자마자 얼른 예약을 했습니다. 시간을 언제로 할까 머뭇거리는데 금방 매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예약을 한 직후였죠.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1

 

서울 신라호텔 3F 라일락, 마로니에홀

2022. 9. 17.(토)~9. 21.(수)

 

17일(토)~19일(월) 10:00~18:00

20일(화) 10:00~16:00

21일(수) 10:00~17:00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가서

신라호텔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호텔 로비 우측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티켓을 받고, 예약한 시간이 좀 남았는데 입장해도 된다는 안내를 받고 들어갔습니다.

 

두근두근, 어떤 그림을 보게 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2

 

유영국의 <산>이라는 그림입니다.

1974년 작품이고, 캔버스에 유채, 사이즈는 135x135이고 대구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초록색과 짙은 초록색과 옅은 초록색이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른 강물 표현이 망설임이 없네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3

 

유영국(1916-2020)은 도쿄문화학원에서 수학했고 김환기, 장욱진, 이중섭 등과 교류했습니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분이죠.

이번 전시회의 메인인 강렬한 원색의  <붉은 산>입니다.

'내 그림의 산 속에는 여러 인생이 숨어 있다.'라고 말한 유영국 작가는

산을 통해 인생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故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작품 2만 3000여 점 중

대구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한 34점의 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한국 추상의 선구자 김환기, 유영국

한국 향토의 서정성을 담아낸 이인성

한국의 사실주의 미술의 선구자 이쾌대,

한국적 인상주의 오지호, 임직순

한국화의 거장 천경자, 김은호, 서동진, 박대성, 유광렬, 문학진, 변종화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15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4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고, 추상미술의 거장인 김환기(1913-1974)의 <무제>입니다.

1970, 캔버스에 유채

121.5x86.5cm

전남도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회백색의 바탕위에 푸른 직선을 중심부에 배치하여 십자구도를 만들고

중앙에 배치된 여러 반원 구조가 나란히 마주 보고 있습니다.

김환기 작가는 작고하기까지 뉴욕에서 다양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5

 

한국의 인상주의 작가인 오지호의 <복사꽃이 있는 풍경>입니다.

화사한 색감에 발길을 멈추고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정밀한 꽃봉오리 묘사대신 복사꽃을 중앙에 크게 두었습니다.

작가 작고 2년전에 완성한 이 그림에서는

작가 특유의 중후한 붓놀림으로 봄날의 향기를 생생히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6

 

임직순(1921~1996) 작가의 <여인 좌상>입니다.

여인은 초기부터 즐겨 그리던 소재입니다.

형태를 명료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대상의 한 부분인 원피스의 색감을 굵고 활달한 필치와 원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작가는 일본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1961년 광주의 조선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정년 할 때까지 14년간 후학 양성에 힘쓰며

자연주의 성향의 호남 서양화풍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실내의 여인상, 꽃과 소녀, 꽃 중심의 정물, 어촌 모습 등을 주제로 삼았고

서정적인 시각과 색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7

 

고종, 순종 어진을 그린 김은호의 <잉어>입니다.

잉어의 생동감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의 일부만을 옮겼습니다.

김은호 작가는 초상화, 인물, 화조, 산수풍경 등 다양한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태평양전쟁 기간 중에는 친일작품을 심사하기도 했는데요,

북중화 계통의 그림을 재해석한 독특한 풍을 만든 작가입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8

 

 

예약제로 운영되어서 전시회장은 쾌적했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오로지 저 혼자만 감상할 수 있었죠.

다른 전시회를 갔을 때는 아무리 일찍 가도

서너 명이 한 그림 앞에 서있었는데 말이죠.

 

 

9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9

 

 

좋아하는 그림 앞에 서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산책_토탁토닥서재10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그림은 천경자(1924-2015)님의 <화혼(化昏)-꽃과 나비>입니다.

1973년 작품이고, 종이에 채색

39x59.5cm

전남도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천경자 작가는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전남여고를 다니던 17세 때 일본으로 유학길에 오릅니다.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4개월 후 돌아와 카리브해, 자메이카, 멕시코로 다시 스케치 여행을 떠나죠.

서울시립미술관과 고향인 고흥에 있는 천경자전시관에

작품을 기증했습니다.

 

유복한 어린 시절과 유학생활, 홍익대학교 교수

그리고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작가의 삶은 그림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1시간 정도 그림을 둘러보고

딸아이와 어떤 그림이 좋았는지 두런두런 얘기를 했습니다.

미대생의 눈에는 색다르게 보였을까요?

저는 아 좋다, 저 그림을 그리던 시대는 어땠을까,

어떻게 저런 구도와 색을 사용했을까 정말 멋있다 예쁘다

이런 감탄사만 떠올랐는데요

그래도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전시회의 타이틀인 '산책'을 느껴보려 했습니다.

단순히 편히 걷는 것을 넘어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생기를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