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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을 배우다, 첫 수업 2시간 전

by 토닥토닥서재 2022. 1. 2.

♬ 드럼 수업 2시간 전


두근두근, 오늘은 드럼을 배우는 첫 날이다. 2시간 뒤면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첫 수업이 시작된다.

 

내가 드럼을 배워볼까 한건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나는 체육센터에서 주 2회 방송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흥 하나는 자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해서 3사 음악프로는 챙겨 봤고,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신곡이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내 몸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따로 놀았다. 나는 후천적 몸치였다. 그렇게 6개월동안 맨 뒷줄은 내 고정자리였다.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충장로(광주광역시)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음반 가게 앞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 자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춤추는 어린아이를 빙 둘러서 구경했다고 한다.

 

3살때는 그 당시 유행가를 여러개 외워서 불렀다. 고모와 할머니는 노래 하는 내 목소리를 녹음 테이프에 담아 주셨다. "우리 손주 몇살~?" 하는 할머니 목소리 뒤에 "떼딸(세살)입니다." "우리 손주 어디살아~?" "깡뚜띠 또구 또때도 000번지 0또0반 땁니다." 그 다음 메들리로 떼딸 아이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흥이 많으셨던 할머니의 끼를 물려받아 나는 티비에 나오는 노래와 춤을 따라했고 어른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을 지나 고등학교 3학년때 일이다. 소풍 장기자랑에 반 대표로 4명이 춤을 추게 되었다. 11개반 아이들이 구경하는 무대에서 그래도 당당히 췄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나만 뻗은 팔의 각도가 달라 있었다. 이때부터 몸치인걸 눈치챘다.

 

방송댄스를 배우면서 춤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짐했다. 그와 동시에 드럼을 배워볼까하는 생각이 번뜩났다. 왜 머릿 속에서 그 생각이 떠올랐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하고 싶은 것을 밖으로 말해야 이루어진다는 책 속의 글을 봤었던걸까. 같이 밥을 먹던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드럼을 배우고 싶어." 그리고 "나는 수영을 다시 할거야. 나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 나는 골프도 해보고 싶어." 밥 먹다 연달아 장기 계획을 세웠더랬다. 

 

거창한 포부를 마구 늘어놓는 내 말을 '그래 너는 잘 할 수 있을거야.' 라며 들어준 그 친구 덕일까, 말한 지 7년만에 드디어 드럼을 배우러 간다. 

 

스틱과 초보용 드럼패드, 스탠드를 가방에 담았다. 이제 나가야겠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