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운동, 일상, 리뷰, 드럼

드럼을 배우다, 세번째 수업

by 토닥토닥서재 2022. 1. 23.

어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대학 동기들과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 크리스마스였고, 사온 케이크와 샴페인이 있었고, 뭘 좋아할지 몰라 종류별로 사 온 캔맥주와 뚱뚱이(1.6리터 페트 맥주)와 막걸리와 고량주와... 아무튼 양장피, 짬뽕과 시작한 크리스마스 밤은 이야기 꽃을 피우며 깊어갔다. 그리고 아침,

지워진 기억을 더듬느라 침대에서 늑장을 피우다 겨우 일어났다. 지하 푸드코트에서 국수 한 그릇으로 해장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의실로 올라갔다. 모자를 꾹 눌러썼다.

맨 끝자리에 앉아서 주섬주섬 스탠드를 설치하고 패드를 나사에 꽂았다. 술 안 깬거 티가 안 나려나, 사온 생수를 한 번에 다 마셨다. 수강생들이 자리에 앉고 시간이 되자 강사님은 초보팀인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자 오늘은 3쪽을 해보겠습니다."
4분 음표와 8분 음표, 16분 음표가 나온 부분이다. 지난 시간에 배운 걸 떠올리며 R(오른쪽), L(왼쪽)을 입으로 따라 하며 패드를 쳤다.
"네, 좋아요." 그리고 4쪽도 한번 연습하고, 그 다음 5쪽으로 넘어갔다.
거기에는 RL표시가 없었다.
"마디 처음은 항상 R이 먼저에요."
얼른 받아 적었다.


순조롭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리고 나온 징글벨.

"자 이제 징글벨을 해보겠습니다. RL표시가 있으니 이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강사님은 연습을 각자 하고 조금 후에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속으로 노래를 웅얼거리며 패드를 쳤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날과 더불어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할아버지와 함께 크리스마스날에 충장로에서 먹었던 따뜻한 모밀우동이 생각난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뜨끈한 연한 갈색 국물에 우동면발을 호호 불어서 먹었다.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이라며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주셨던 할아버지. '저에게 따뜻한 추억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일대일 검사은 역시 떨린다. 잘 되던 부분도 버벅대고, 다행히 통과. 

 

이제 좀 자야겠다. 내일 출근하려면 얼른 회복해야 해.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