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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죽음의 에티켓

by 토닥토닥서재 2021. 1. 29.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원제: So sterben wir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스노우폭스북스, 초판 1쇄 발행 2019.9.16. 초판 6쇄 발행 2019.9.27.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인간은 죽으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죽음은 언제 시작되는가? 죽음의 길은 어떤 경과로 진행되는가? 그리고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궁금증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롤란트 슐츠 작가의 <죽음의 에티켓>입니다.

작가는 아빠가 되자 출생과 삶의 출발에 대한 책에 심취하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죽음에 대한 책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도서관을 찾습니다. 책들이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찬 뮌헨 대학교 의과대학 도서관에서 죽음에 대해 찾을 수 있었던 건 고작 대체의학 교재 책의 9페이지가 전부였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죽어가는 과정과 죽음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을 취재하여 죽어감과 죽음을 알기 쉽게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미래는 매일 조금씩 점점 줄어듭니다.

많은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다른 이들이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용기 있게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아니면 일만 너무 열심히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친구들과 우정을 좀 더 유지할 걸, 좀 더 느긋하게 살 걸, 걱정은 좀 덜하고, 여행을 좀 더 자주 갈 걸, 살면서 좀 더 행복해했어도 되었는데...... 하고 말이죠.
예전과 같은 삶, 아무 고통 없는 시간,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일하던 것들, 여행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그런 것들로부터 너무 먼 길로 들어섰습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자신의 끝을 짐작하게 되고 살아온 세월을 회상합니다. 그 막연한 그림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홀로 자신을 대면하게 됩니다. 외로울 거라는 말이 아닙니다. 주위에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고, 가족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홀로 죽는 것이니까요, 혼자 숨을 쉬어 왔듯,
혼자 꿈을 꿔 왔듯 말입니다.
죽음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죽음은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신의 옆에 앉아 그냥 기다립니다. 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과 마침내 지나가겠지 하는 희망 사이 그 어디쯤에서.
그들은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기도 하고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이 계속해서 지나갑니다. 이제 당신은 죽을 겁니다.

 

죽음 이후 몸은 생물학적인 모든 작용을 멈춥니다. '모든 사체는 생명이 사는 공간'이라는 말처럼 면역체계가 사라진 육체는 박테리아의 공격을 받고 서서히 썩기 시작합니다. 죽은 이는 땅에 묻히거나 화장으로 재가 됩니다. 남겨진 유품들은 정리되고 일부는 태워집니다. 육신은 이렇게 사라지고 남은 가족, 친구들의 기억 속에 묻힙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슬픔이 점점 작아져서 사라질까라는 질문에 작가는 '아닙니다. 단지, 슬픔이 점점 더 작은 공간에 모여 있게 되는 것뿐입니다. 슬픔은 예전과 똑같은 크기로 남아 있으며 없어질 수 없는 상태로 작은 공간에 놓이는 겁니다. 슬픔은 여전히 남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죽음에 대해 이렇게 객관적이고 자세하게 설명된 책을 보니 기분이 착잡해졌습니다. 경험했던 죽음, 앞으로 닥쳐올 죽음, 그리고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관은 연소실 안에 거의 한 시간을 머뭅니다. 관이 일단 불을 받기 시작하면, 10분도 되지 않아서 관의 뚜껑이 부서지죠. 불꽃이 육체를 휘감고 머리카락과 피부를 태우기 시작합니다. 죽은 육체의 근육은 열기 속에서 오그라들고 아주 잠시 동안 마치 시신이 팔을 들거나 다리가 안으로 접혀 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몸에 들어 있던 수분은 섭씨 800도가 넘는 온도 안에서 증기가 되어 날아갑니다.
사실 죽어간다는 것은 지식과 컨트롤의 반대이며, 죽음에서 지식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죽어감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나 사고는 모두 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죽어간다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영혼과 관련된 과정입니다.

자, 그럼 내 영혼이 사라지는 순간을 준비해볼까요. 서두르지 말고 꼭 필요한 준비를 해보라며 작가는 이런 질문을 올렸습니다. 밑줄에 적으려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벌어질 나의 일을 설계하는 것이 어색합니다.

 

실감나지 않는 죽음처럼 질문이 흐릿합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대답해야 할 문제들이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탄생한 순간부터 반드시 있게 될 확실한 종결이고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이니까요. "내 삶이 오직 나 자신의 방식이었던 것처럼 죽음 또한 온전히 내 방식대로 이뤄져야 합니다."란 책의 마지막 문구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죽음에 가져야할 에티켓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