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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1. 23.

글 그림 에린남, 상상출판, 초판 1쇄 2020.5.25. 초판 2쇄 2020.8.10.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무채색으로 가득한 옷장을 가진 사람, 그럼에도 알록달록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에린남의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입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물건이 적다면 사용하기도 치우기도 편하겠지만 사람의 물욕 또한 끝이 없어서 집은 금세 물건들로 채워집니다. 집은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는 공간이어야 하죠. 그런데 정리가 안되고 여기저기 쌓여가는 물건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집은 중요한 역할을 잃는 것입니다. 물건들이 차지하는 바닥면적을 돈으로 따지면 집값의 몇십 퍼센트는 될 것입니다. 제가 간편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4년 전쯤 됩니다. 그때부터 집안일 쉽게 하기, 단순하게 살기, 정리하는 방법 등의 키워드를 가진 책이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해 읽은 책들이 단순한 정리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까지 이끌었습니다. 정리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새로운 팁을 얻고자 정리에 대한 책을 눈에 띌 때마다 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2년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도 있는 걸 보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언젠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었으니,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놈의 '언젠가'일지도 모른다.

'그놈의 언젠가'에 안빠져본 사람이 있을까요? 그놈을 버리면 쾌적한 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놈을 못 버리면 애증의 관계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누려야 할 공간을 물건에게 자리 내어주는 불편한 공생 말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물건 비우기 부분의 그림입니다. 추억 물건 버리는 건 정말 어렵죠. 하나하나 사연이 있고, 그때 같이 있었던 사람, 배경, 느낌을 가진 물건을 모아둔 상자를 열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됩니다. 제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주고받은 편지들, 음악을 좋아해서 모아둔 카세트테이프, CD, 그리고 아이들 성장 모음집 등이 있는데요, 창고 정리할 때 많이 버리긴 했지만 이 책을 보니 좀 더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진 줄이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앨범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는 것도, 남편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사진을 손끝으로 만지며 부모님에게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고, 나의 기억에는 없는 그 시절의 나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나중에 자녀가 생긴다면, 아이와도 같은 추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드는 것을 저도 좋아합니다. 외장하드에는 연도별, 내용별 폴더를 만들어 두었구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차곡차곡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 앨범이 늘어갈수록 이러다간 책장을 가득 채우겠다 싶어 걱정을 했는데 이 문장을 보니 그런 걱정은 넣어두어야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가진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의 취향이나 가고 싶은 방향이 뚜렷해졌다. 남들이 다 가진 물건을 갖지 않아도 되고, 잘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엄청나게 줄였는데도 불편함 없이 생활 중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게 됐고, 다른 누군가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지 않는 편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덕분에 남과의 비교로 인한 박탈감이나 열등감, 불안함도 많이 사라졌다. 사소한 감정에 휩쓸려 화를 내거나 우울해하지도 않게 됐다. 주변의 일 역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차분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내게 소중한 것들만 신경 쓰고, 마음 주며 살아가고 싶다.
한두 번 쓰고 방치해두다가 아까워서 비우지도 못할 물건 대신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고, 오래 사용한 뒤에 마음 편히 보내줄 수 있는 물건을 사기로 한다.

처음 물건을 비우기 시작한 때가 큰 애 고3이 마무리되어가는 겨울이었습니다. 20여 년간 가지고 있던 동화책 비우는 것부터 시작했죠. 기증을 하고, 중고로 팔고, 필요한 지인에게 주고 해서 큰 책장 한 개와 작은 책장 두 개를 비웠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거실장, 베란다 창고 두 곳 등을 비우면서 가족들에게 버려도 되는 건지 반복해서 물었어요.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던 대답들이 점차 '그래, 그러자.'로 바뀌어 갔습니다. 오늘도 장식장 안쪽에서 7년 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미니어처 모형집 2개를 버렸습니다. 문화센터 다닐 때 아이들이 만든 거라 버리기 전에 같이 추억의 시간을 가졌어요. "이 의자 너무 귀여운데, 놔둘까?" "아니." "알았어. 아 이거 너무 귀엽다.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 만들었을 때의 즐거움까지 사진으로 남기고 보내주었습니다. 

내가 물건을 비우는 기준은 언제나 명확했다. 필요하지 않는 물건과 좋아하지 않는 물건을 남기지 말 것!

물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정말 필요한 건지, 없으면 안 되는 건지, 충동구매는 아닌지를 며칠 동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물건이 맞는지, 사기 위한 핑계는 아닌지, 물건을 비우기 귀찮다는 이유로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건지도 고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서야 물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확실해졌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절대 나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물건이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 그러니까 물건에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일의 능률을 위해, 즐거운 시간을 위해 필요하면 갖는다. 열심히 사용한다. 충분히 썼다면 비운다. 물건의 용도는 그뿐이다.

물건을 비우자

'완벽하진 않지만, 자꾸 따라 하고 싶은 에린남의 단순하고 기분좋은 미니멀 라이프'가 담겨 있는 책이었습니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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