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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우울해도 괜찮아

by 토닥토닥서재 2020. 8. 3.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

문성철 지음

책읽는귀족

2019.2.15. 발행

 

 

우울증에 접속되셨습니다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입니다.

 

 

 

 

 

 

작가가 어떤 상황에서 있었고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내용을 옮겨보려 합니다.

나와 주변 사람이 이런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이 부분을 읽으며 생각하는 방법을 따라 했으면 해서요.

 


 

감정 폭풍에서 빠져나가기 (p60-63)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우울증 때문에 자살에 이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한다면, 내 안의 슬픔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시도가 왜 중요한지 충분히 이해했을 거다. 시작은 흔히 이야기하는 사소한 감정이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최악의 사건까지 일어나는 거다. 소중한 나를 지키려면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나도 한때 어리석게 자살 감정에 휘말렸던 적이 있었다. 한참 감수성 예민하고 인간과 삶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과 지식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던 때였다.

 

답답한 마음에 베란다에 나간 게 시발점이었다. 10층 난간에 서서 거리의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허무했다.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눈물까지 고이자, 세상 모습이 더 처량하게 보였다.

감정선이 바닥을 쳤고, 나도 모르게 뛰어내려야겠단 생각에 창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찬바람이 내 뺨을 때렸다. 그제야 마취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추위가 느껴졌다. 눈물을 닦고 심호흡을 하니 정신이 들었다. 잠시 홀렸다. 진정하고 내 감정을 펼쳐놓고 하나씩 정리해봤다.

 

먼저 떠오른 건 지긋지긋한 이 생활을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만 하는 걸까였다. 그때 난 부모님 병간호로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상당히 지쳐있었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계셨고, 어머니는 정신건강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보니 필연적으로 끝이 날 싸움이었다. 부모님은 인간이기에 언젠가 돌아가실 거다. 죽으라고 곡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건 명명백백한 자연법칙이다. 부모님 나이나 건강 상태를 냉정하게 고려해볼 때 오래 사셔봐야 10에서 20년 정도일 것 같았다. 이 시간을 지혜롭게 이겨내면 언젠가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우울감이나 슬픔도 당연한 감정이었다. 사람이라는 증거였다. 나를 키워주고 아껴주신 부모님이 아픈데 어느 누가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돌이켜보니 문제는 나의 감정선이었다. 감정의 늪에 빠져 일시적으로 오판을 내린 거였다. 찰나의 감정을 걷어내고 생각의 실체를 구체화해 보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가짜 감정에 중독되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거다.

평소에 몸과 마음을 종합적으로 보살피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애당초 없었을 거다.

 

우울증을 잘 견뎌내던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은 정말 ‘순간’이다. 신중치 못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뇌하고 어렵게 내린 결정이란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선택한 길이 아니었겠는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의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은 감정 폭풍에 휩싸여 있는 거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신을 차린 후에 자신의 어리석었던 결정을 후회한다. 이런 연유로 자살 예방 활동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매진한다. 한때의 감정 격랑을 이겨내면 다시 진정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마음이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찰나의 감정에 내 몸을 절대로 내어주면 안 된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꼬리표

주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요즘 그런 게 대수냐고 하지만, 막상 병력을 가진 사람 입장은 그게 아니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오해부터 공동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낙인까지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기 상황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울증이라는 꼬리표는 24시간 따라다닌다. 사회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지고, 내 주변에 아무리 깨어있는 사람이 많다 할지라도 우울증 환자라고 알려지는 순간 끊임없이 불편한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 p72,74

 

 

 

 

쉬고 싶어서 또는 치료를 위해서 일을 중단해버리는 게 아니다. 고객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지고, 늘 사용해오던 업무 시스템 사용법이 떠오르질 않으니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해진다. 어쩔 수 없이 쉬어야만 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사이클이 바닥을 치지 않게 하려 시간과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신체 바이오리듬 사이클 같은 수준이 아니다. 이들의 감정선에는 바닥이란 게 없다. 지하 30층까지 떨어져도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가 시간을 견뎌내는 일은 목숨까지 달린 중대한 사역이다. 본인도, 가족도 구원받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간 사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본인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그룹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하루를 견뎌낼 수 있는 시간표를 지혜롭게 짜둬야 한다. p81,83

 

 

 

우울증을 주제로 한 보도자료, 드라마 등에서 남성의 억울한 이야기가 심층 깊게 다루어진 경우를 못 봤다.

어쩌면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많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산후 우울증처럼 사회적으로 건전하게 공론화된 적은 없다.

우울증 환자 통계가 발표되던 날만 해도 그랬다.

모두가 여성이 남성의 2배라는 점에만 주목했다.

여성들이여, 조심하라는 메시지만 가득했다.

이거 어디 쪽팔려서 남자들이 감히 우울증에 걸릴 수 있겠는가.

남성과 여성의 권리를 논쟁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제발 한 사람을 표본집단의 ‘one of them’으로 보지 말고,

그 사람 모습 그대로 ‘only one’으로 봐달라는 거다. p133

 


남자의 우울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요.

저는 산후 우울증도 겪어봤고, 다른 우울증도 겪어봤지만

이렇게 긍정적으로 방향을 틀 생각을 못했어요.

 그 이후 우울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감정이 전염이 되는지 좀 다운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어요.

작가의 우울증에 대한 자세,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

삶을 견뎌내는 모습 등에서 긍정적인 면을 느꼈다고 할까요.

마음이 아픈 사람을 남자, 여자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 편견없이 대하고,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일..

스스로나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