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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일러스트가 있는 책 |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by 토닥토닥서재 2022. 11. 6.

가을은 오감을 감성적으로 물들게 합니다. 한때 꽃을 피우고 푸른 잎사귀를 달고 있던 나무가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바람에 가지고 있던 것을 날려 보냅니다. 지난봄 벚꽃을 날리던 가로수가 가지만 남았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들어간 도서관, 서가 앞에 서서 무슨 책을 볼까 둘러보다 따뜻한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 임홍 글그림 / FIKA(피카)



난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을까. 왜 자꾸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위축되는 걸까. 어떤 일에는 쓸데없이 자존감이 샘솟다가도 뒤돌아서면 한없이 못나고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나 자신이, 줄곧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내가 요즘따라 더욱 볼품없이 느껴졌다. 남몰래 나를 깎아내는 마음만 커지고 있었다.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던 날들'이 서두입니다. 누구나 이런 고민 한 번쯤은 하지요. 남의 눈치를 보고, 남과 비교하고,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나 자책하고. 뭘 해도 잘 안 되는 자신이 자꾸 작아지고 부족한 것만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의 힘이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더라. 내가 나를 얼마나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린 문제더라. 늘 다른 사람과 외부의 상황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싫어하지 않기 위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힘껏 애썼지만 나를 그만큼 돌보지는 못했다.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이런 자책의 뒷면은 '이정도라도 했으니 잘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나를 돌볼 수 있을까요? 부모님? 친구? 옆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마음을 어떻게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나를 계속 책망할 것인지, 돌봐줄 것인지를요.

 

 

이젠 나를 위해서라도 나를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나에겐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 그래야 창밖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고 있으니까

 



 

나를 다정하게 챙겨줘야 합니다.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좋은 생각을 갖도록 잘 돌봐줘야 합니다. 나 자신이 온전하지 못하면 주변의 풍파에 이리저리 흔들리게 됩니다. 작가의 말에 저도 마음 재정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쉽사리 다치는 연약한 피부를 지녔지만
건네고 싶은 사랑을 가득 지닌 사람
상처받긴 무섭지만
마음을 닫아버리진 않는
다정한 사람

간혹 상대의 말에 마음이 다치더라도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

그런 당신이
누군가의 서투른 말과 행동 때문에
보드라운 피부를 상하게 두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쉽게 아파할 필요 없어요.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로 상처받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던지는 돌을 피해서 이리저리 피해야만 하는 연못 속 작은 개구리가 되는 경우도 있죠. 달걀로 바위치기같은 답답함도 있습니다. 그래도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나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에서 위로받고, 자연 속에서 치유하며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상식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게 맞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서운하다는 말을 표현하고 있나요? 그런 말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다 알지 못합니다. 책은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라고 조언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줄 아는 인내만큼
전하고 싶은 마음을 바르게 전하는 용기도 필요해요.

 


말을 참을 줄만 알았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바르게 전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바르게'란 부분에서 멈칫했는데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르게'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게 해야하는 걸까, 화난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투를 차분하게 하는 걸까, 줄줄이 알사탕처럼 과거를 소환하지 말고 지금 그 부분만 육하원칙에 따라 조리 있게 말해야 하는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나눌수록 서로를 더 넓게 품어줄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보니 '진정성'이 아닐까 합니다.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잠들고 싶은 밤이지만,
나도 모르게 네게 연락을 할까 봐 겁이 난다.

 

 

사랑도 이별도 인생의 한 장면입니다. 폭풍의 계절을 지날 때는 세찬 비바람이 언제 그칠지 알 수 없지만, 끝은 있습니다. 죽도록 마음 아픈 시기도 다 지나갑니다. 긴 터널에서 나오면 마음의 키가 쑥 커져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집니다. 나를 몰아세우지 말고 다독거려 주세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가을은 가을인가봅니다. 책 속의 한 구절에 쉬이 넘어가지 않는 걸 보니 말입니다. 일러스트가 있는 책 한 권, 이 가을에 읽어보면 어떠실까요?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는 당신,  '그게 너였으면 좋겠'습니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