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가 왔다. 뉴스에서는 가을장마가 이어질 거라 하더니 역시나 우산이 필요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퇴근길에도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다. 동네 마트에 들렸다.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 거지. 별 의미 없지.'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란 노래가 생각났다.
그래 별 의미 없이 주류 냉장고 앞에 멈췄다. 4캔에 9,500원이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친절한 표시에 하마터면 4개를 살 뻔했다. 진정하고 하나만 고르기로 했다.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
한모금 꿀꺽, 오호 요것 봐라. 오리지널 호가든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뭐지? 사실 계산하고 나서야 잘 안 먹는 호가든 산 것을 후회했다. 맥주 이름보다 캔 상단에 그려진 꽃이 눈에 먼저 띄였다. 맥주를 꽃을 보고 사다니. 맛은 별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진하지 않는 레몬향이 입 속에 쏴악 퍼진다. 연보라 꽃처럼 연하게.
이런 맛을 내는 것이 레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레몬그라스(Lemongrass)라 쓰여있다. 레몬그라스는 레몬도 아니고 레몬잎사귀도 아닌 레몬향이 나는 허브다. 심신안정, 피부미용에 좋아 차로도 마시고, 음식에도 넣어 먹는다고 한다. 태국의 대표음식 '똠양꿍'에도 들어간단다.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 중 시트러스(Citrus)는 귤속 식물의 학명이다. 귤속 식물의 열매에는 오렌지, 레몬, 라임, 유자 등이 있다. 열매는 구연산 함유량이 높아 특유의 신 맛과 향이 나고, 비타민C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거기에 귤열매의 겉껍질인 제스트(Zest) 천연 향료가 더해졌다.
이 캔을 선택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호가든 보다 더 크게 쓰여진 BOTANIC(보타닉) 글자 때문이다. 문득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이 생각났다.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한 첫 자유여행이었다. 한국으로 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었는데 여행의 아쉬움이 더해져서였을까. 수많은 나무와 다양한 식물, 각양각색의 꽃이 아름다웠던 그곳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보타닉이란 글자를 보면 앞뒤 안재고 일단 우호적이 된다.
용량은 500ml에서 5ml가 빠진 495ml. 알코올 도수는 2.5% 이니 순하기까지 하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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