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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비오는 저녁, 호가든 보타닉

by 토닥토닥서재 2021. 9. 9.

오늘도 비가 왔다. 뉴스에서는 가을장마가 이어질 거라 하더니 역시나 우산이 필요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퇴근길에도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다. 동네 마트에 들렸다.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 거지. 별 의미 없지.'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란 노래가 생각났다.

그래 별 의미 없이 주류 냉장고 앞에 멈췄다. 4캔에 9,500원이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친절한 표시에 하마터면 4개를 살 뻔했다. 진정하고 하나만 고르기로 했다.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


한모금 꿀꺽, 오호 요것 봐라. 오리지널 호가든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뭐지? 사실 계산하고 나서야 잘 안 먹는 호가든 산 것을 후회했다. 맥주 이름보다 캔 상단에 그려진 꽃이 눈에 먼저 띄였다. 맥주를 꽃을 보고 사다니. 맛은 별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진하지 않는 레몬향이 입 속에 쏴악 퍼진다. 연보라 꽃처럼 연하게.

 

 

이런 맛을 내는 것이 레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레몬그라스(Lemongrass)라 쓰여있다. 레몬그라스는 레몬도 아니고 레몬잎사귀도 아닌 레몬향이 나는 허브다. 심신안정, 피부미용에 좋아 차로도 마시고, 음식에도 넣어 먹는다고 한다. 태국의 대표음식 '똠양꿍'에도 들어간단다.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 중 시트러스(Citrus)는 귤속 식물의 학명이다. 귤속 식물의 열매에는 오렌지, 레몬, 라임, 유자 등이 있다. 열매는 구연산 함유량이 높아 특유의 신 맛과 향이 나고, 비타민C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거기에 귤열매의 겉껍질인 제스트(Zest) 천연 향료가 더해졌다. 

 

이 캔을 선택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호가든 보다 더 크게 쓰여진 BOTANIC(보타닉) 글자 때문이다. 문득 싱가포르의 '보타닉 가든'이 생각났다.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한 첫 자유여행이었다. 한국으로 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었는데 여행의 아쉬움이 더해져서였을까. 수많은 나무와 다양한 식물, 각양각색의 꽃이 아름다웠던 그곳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보타닉이란 글자를 보면 앞뒤 안재고 일단 우호적이 된다. 

 

용량은 500ml에서 5ml가 빠진 495ml. 알코올 도수는 2.5% 이니 순하기까지 하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