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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꾸준한 것도 재능,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9. 24.

휴일 오후, 책을 빌린 지 2주가 되어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는 건 매우 행운이다. 도서관은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에 있는데 해가 좋은 날에는 주변을 한 바퀴 걷기도 좋다. 슬렁슬렁 슬리퍼를 끌고 걷다 보면 산책 나온 동네 강아지의 앙증맞은 발걸음을 볼 수 있다. 강아지의 산책은 목적이 있다. 땅 냄새를 맡고, 소변을 찔끔 흘려 영역 표시를 하고, 급한 용무를 해결한다. 주인아, 나 응가 다했다 얼른 치워라 하고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내 산책은 딱히 목적이 없다. 그저 마스크를 슬쩍 내려 나무 냄새를 맡을 뿐.

 

 

3권을 반납하고 다시 3권을 빌렸다. '이 자리는 비워주세요'란 문구가 없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읽다보니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이대로 집에 가면 내 손에는 책이 아닌 티비 리모컨이 십중팔구 쥐어질 터였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눈에 띈 이 작은 카페.

 

 

'어서 오세요~옹'하고 사장님이 맞아주신다. 대로변이 아닌 곳에 이런 아담한 카페라니, 책을 마저 보기에 적당한 장소였다.

 

나는 매주 1개이상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정했다. 주중에는 책을 읽고, 휴일에 정리를 한다. 책에 대한 블로그다 보니 글 수를 늘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대충 쓰면 개수는 늘어나겠지만 성격상 그 대충이 안된다. 한편을 올리는데도 몇십 번 읽고 나서야 공개 버튼을 누른다. 글쓰기는 질보다 양이라고 말하는 분이 여럿이다. 양이 늘어나면 관성이 붙어서 글쓰기도 잘 될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참 멀었다. 초보라 실력이 부족하고, 마음도 자주 흔들린다. 잘 쓰고 싶고, 읽은 책을 멋지게 소개하고 싶은데 이렇게 속도가 더뎌서 가다 멈추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이다. 

 

이런 내 고민과 비슷한 것을 작가도 겪었나 보다. '재능에 대한 의심과 낙담은 나의 오래된 화두'라고 시작하는 글에는 '역시 난 못하겠어, 나는 재능이 없어'라 말하며 빈번히 주저앉고 포기했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있다.

 

 

나보다 늦게 출발했어도 더 멀리 가는 사람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결과를 손에 넣는 듯 보였고

그럴 능력이 없는 나는 많은 일들을 단념해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놓아 버린 일들이 내게 묻는다.

혹시 나는 재능을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 정도로만 여긴 건 아니었을까.

 

잘하게 되기까지 버텨야 하는 어려움들을

재능이 없다는 핑계로 외면해 버린 건 아니었을까.

 

빠르고 효율적인 성과를 내면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능력만이 재능은 아닐 것이다.

 

서투르고 모자란 내 모습을 꿋꿋이 견디며 다독이는 마음과

더딘 속도라도 괜찮으니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가

재능이라고,

새로이 나만의 정의를 내려본다.

 

p225-229 나는 재능이 없어 중

 

 

무엇이든 잘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과를 보기 위해서 생각이 급해진다. 공을 들이지 않고서 이룰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는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열정이다(What is more important than the hot passion is the constant passion)'라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지속이다. 열정이 식을 새라 계획을 세우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은 삼일 넘기기 어렵다. 대부분은 이렇게 파시시 불태우다 말고, 꾸준한 자만이 원했던 것을 만난다.

 

주변을 둘러보니 계속 글을 써 왔던 사람이 뒤늦게라도 작가가 되는 걸 볼 수 있었다. 10년 전, 흑역사라 일컫는 첫 앨범을 냈던 친구는 10년이 지난 지금 나름의 히트곡이 생겼다. p230

 

"꾸준히 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잘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나에게 재능이란 꾸준함이다'라는 작가의 말에 힘을 얻어본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 그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이 더디게 쌓이겠지만, 이 [토닥토닥 서재]는 나와 함께 늘 진행형일 것이다. 잘 안 써지고 게으름의 덫에 걸리더라도 손을 놓지 않는 것, 어찌 되었든 해 보는 거다.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될 날이 오겠지?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