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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by 토닥토닥서재 2020. 4. 13.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

해냄출판사

초판 1쇄 2019.11.10.

초판 2쇄 2019.12.30.

 

 

 

 

 

 

 

 

 

 

 

오랜만입니다, 이외수 님의 글.

 

제목에서 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월'

이 단어가 떠올랐어요.

 

지난달 22일에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데..ㅠ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세월은 속절없이 흐를 것이고

세상은 갈수록 낯설어질 것이다

"

 

 

 

적은 어디에나 있다

 

 

 

어쩔 수가 없이 공존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사람들은 옆으로 걷는 게를 보고

똑바로 걷지 못하는 미물이라고 비웃지만

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걷는 것이

똑바로 걷는 것이다.

 

다리가 두 개뿐인 사람이

다리가 열 개나 되는 게의 입장을

쉽게 헤아릴 수는 없겠지.

 

하지만 쉽게 헤아리지는 못하더라도

쉽게 비웃지는 말아야 한다. (p35)

 

 

 

 

내 비록 늙었으나..

 

 

 

 

생각을 끊으면

고통이 끊긴다

 

 사는 일이 모두 수행이다.

 희노애락도 수행이요 생로병사도 수행이다.

 희노애락도 생로병사도 바라는 대로 되는 법이 없다.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밥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처님도 골라 먹은 적이 없고 예수님도 골라 먹은 적이 없다.

 부처님은 인생을 한마디로 고(苦)라고 설파하셨다.

먹어도 고요 못 먹어도 고다. 기쁨도 고에 이르고 분노도 고에 이르고

슬픔도 고에 이르고 즐거움도 고에 이른다.

태어나는 일도 고에 이르고 늙어 가는 일도 고에 이르고 병드는 일도 고에 이르고 죽어가는 일도 

고에 이른다.

 그 모든 고를 한꺼번에 벗어던지려면 방하착(放下着),

놓아 버려야 한다.

생을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생각을 끊어 버리라는 얘기다.

생각을 끊어 버리면 마음자리에 들게 된다. (p96~97)

 

 

 

힘든 마음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고

내려놓는 일 또한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써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어야겠습니다.

아는 것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느끼고 실행하는

평생 숙제.

 

 

 

모든 분야에 걸쳐 기본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적인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기본을 철저하게 가르치지 않는 지도자는

사이비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기본은 양심을 기저에 두고 이루어진다.

그래서 기본을 무시한 채 실력을 연마할 경우,

어쩌다 설정한 목표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안정성을 오래 유지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반드시 반칙이나 변칙을 쓰게 된다.

대부분 자신도 속이고 대중도 속이는 상황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자들은 대개 실력뿐만 아니라

인품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고 예술도 예외가 아니다. (p176~177)

 

 

 

 

벽시계의 바늘들이 새벽 3시를 넘어서고 있다.

창밖은 눈보라가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참는다.

기분도 저하되어 있고 건강도 신통치 않다.

 

위암으로 위를 모두 잘라 냈고

폐기흉 수술도 세 번이나 거쳤다.

이어 유방암을 극복했고

장유착으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지만

아직 고난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죽기 전에 대표작 하나를 남기겠다는 소망으로

'영생시대'라는 가제의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

즉 생로병사를 극복한 시대가 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절대 가치로 삼고 살아가게 될까.

무엇을 대상으로 희노애락을 느낄 것이며

삶의 형태들은 어떤 양상으로 변하게 될까.

그때도 행복이나 사랑이 존재할까. (p39~40)

 

 

 

투병생활 속에 지친 한 사람이 보입니다.

예전의 호기롭던 말투는

'나는 지독하게 외롭다'는 말속에 움츠러든 듯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힘 있게 전해집니다.

작가의 새 소설도 기대가 됩니다.

영생,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극복한

인간은 어떤 삶일지

작가 고유의 문체에 어떻게 담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병의 고통이 작가와 오랫동안 한 것을

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오랜만에 나온 책이 반가워서

덥석 집어 들고 보니

곳곳에 아픔과 외로움이 있네요.

 

'음식으로도 휴식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의 허기'

 

 

 

 

책 곳곳에 있는 정태련 화백의 세밀화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는 일인 줄

불면으로 꽃 피워 본 목숨들은 다 알고 있다.

"

 

 

 

여느 때처럼 글은 쉬이 읽히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근자근

나무라고, 똑바로 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는 건 어려운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버텨라라고요.

 

 

 

 

주말에 장미 한 송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지요.

주말 제 즐거움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집안에서 42.195km 마라톤 경기를 했다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5,6시간 그 이상씩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며

땀에 범벅인 모습의 완주자들은

모두 얼굴에 기쁨이 가득이었습니다.

참 유별난 사람들이네,

대단하기도 해 라고 생각했지요.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을 해보는 것,

버티고 견뎌야 하는 현실에서

지탱하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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