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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마음이 살짝 기운다

by 토닥토닥서재 2020. 6. 14.

나태주 신작 시집

로아 그림

알에이치코리아

1판 1쇄 발행 2019.2.18.

1판 9쇄 발행 2019.10.30.

 

 

"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기가 막힌 문구를 쓰신 나태주 님의 시와

로아 님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시집을 보았습니다.

 

 

 

로아(Roah)님은 대학에서 조소과를 전공하고 미술사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채화 한 장, 2019, 위즈덤하우스>와

<꽃 한 송이, 말씀 한 구절, 2017, 북로그컴퍼니> 외

이 책을 포함하여 총 5권을 출판했네요.

 

맑고 부드럽게 퍼지는 색감이 좋아서

수채화를 좋아하는데

시를 돋보이게 하는 그림이

자주 나와 미소를 짓게 합니다.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담백한 글을 쓰기 위해

자꾸 씻어내야겠습니다.

 

 

문득 초등학교 졸업식이 생각납니다.

찬기가 남아있는 2월,

학교 운동장에는 교실에서 앉던 나무의자를 반별로 줄지어 놓고

6학년은 앞에 앉고, 5학년은 뒤에 서 있었습니다.

1절은 6학년이 부르고

2절은 5학년이 부르고

3절을 다시 우리가 부를 때

눈물이 주르르 흘렀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네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이별의 종류는 여려가지고

감당해야 할 슬픔도 여러 가지겠지만

어쩌다 가끔이라도

안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너 때문에..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딸아이의 어깨가 축 처져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데

국어, 영어, 수학, 정법, 일본어 등등을 하려니

힘에 부친가 봅니다.

 

그제는 새벽 3시에 잠깐 깨보니

머리맡에 책이 있고 맨바닥에

안경을 쓴 채 자고 있었습니다.

 

너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

 

시인님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이 늘 웃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하트 꽃

물감이 스며들어

피어나는 꽃

 

 

속사람이 워낙 형편없어서

그것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쓴다는 시인님의 말에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들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래요..'

.

.

.

 

그리움

 

섬진강 스쳐

순천 가는 길

산마루에 는개가

앞을 막는다

 

가지 말라고

같이 가자고

보이지 않는 손을 들어

앞을 막는다

 

어쩌면 좋으냐!

너는 그렇게 멀리 있고

나 또한 이렇게

멀리 와있는데

.

.

시를 필사하니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소박한 우윳빛 찬기에 담긴 정갈한 음식 같은.

 

시 말미에는 '는개'에 대해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는개  안개비보다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안개비, 이슬비 다 같은 비 아냐?

는개는 그 사이란 거잖아.

시인님 참 디테일하시네.

 

그 미묘한 마음을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그리움이란 단어에 뿌렸구나.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나태주, [시] 전문

 

시인은 책 끝에 이 시를 소개하며

꿀이 모든 꽃들에게 산재해 있는 것처럼

시 또한 모든 사람들, 모든 사물, 모든 삶과 사건들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는 너의 것이 나의 것이고

또 나의 것이 너의 것이고,

그래서 서로가 상통하면서 유쾌하게 주고받는 그 무엇의 세상인 것이다라고

마무리하고 있는

나태주 님의 시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