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운동, 일상, 리뷰, 드럼

드럼을 배우다 13

by 토닥토닥서재 2022. 3. 27.

13 어젯밤부터 봄비가 내렸다. 무척 기다리던 비였다. 강원도, 경상도 쪽 산불이 오래 진행되어 나무와 민가가 타는 모습을 보기 안타까웠다. 이번 울진 삼척 산불은 213시간 이어져 가장 긴 산불로 기록되었으며, 산림 피해도 역대급이라고 한다. 집, 농축산 시설, 공장과 창고 등 시설 643개가 소실되었고, 산림 또한 2만 923ha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축구장 2만 9천304개 넓이다. (1ha는 가로 100mX세로 100m의 넓이다.) 주요 시설인 한울원전, 삼척 LNG 생산기지와 울진읍 주거 밀집지역, 불영사 등 문화재와 핵심 산림자원 보호구역인 금강송 군락지는 지켜냈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진화에 애쓰신 소방관님과 도와주신 분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한 사람의 실수나 방화로 산은 피해를 입는다. 방화범에게는 법이 죄를 묻겠지만 머리 아픈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 한 명이 파괴한 다수의 일상과 우리의 산림자원은 어떻게 회복될 것인가.

 

휴일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부랴 씻고 현관문을 나섰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음표가 그려진 화이트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강사님은 출석체크를 하고 바로 화이트보드 쪽으로 가더니 "회원님, 이 음표 보실 수 있나요?" 했다.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그럼요, 학교 음악시간에 배웠죠.' 속으로 말했다. "자 이건 8분 음표와 16분 음표인데요, 1234 1234 차례로 치면서 손을 푸는 겁니다. 이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아요." 오른손 외손을 번갈아 박자에 맞춰 패드를 쳤다. 드럼 앞에 앉기 전에 손을 충분히 풀어 주는 것이 좋단다. 집에서도 심심할 때 패드를 앞에 두고 연습하라고 하셨다.



옆 자리에 새로 온 초등학생이 앉았다. 처음이라 채 잡는 법부터 알려줬는데 듣고 따라 했다. 채는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고 패드를 통통 튀기듯이 누르지 말고 바운스 바운스~

내 차례가 되어 드럼 앞에 앉았다. <마법의 성> 악보가 펼쳐졌다. "자 오늘은 여기 한번 해보죠." 노래는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나는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천천히 해보았다. 잘 안 되는 부분은 강사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음 차례로 동급생인 초등 남학생에게는 노래 반주를 틀어주었다. "자 노래에 맞춰서 한번 해보자." 아직 키가 작아 베이스드럼 페달도 밟기 힘들 텐데 한 번도 안 틀리고 곡을 소화했다. 똘똘한 친구다.

나도 자리에서 노래를 들으며 따라 했다. 그런데 어어 나도 되는 거다. 몇 군데 틀리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잘 넘어갔다. 곡을 완주했을 때 그 짜릿한 느낌이란! 된다된다 나도 되는구나!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드디어 노래 한 곡을 배웠다고. "오 대단한데." 아들이 말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마법의 성> 드럼 연주를 찾아 틀어놓고 악보를 보며 배운 대로 해보았다. "오~" 딸의 추임새에 으쓱했다. "나 오늘 정말 기분 좋았어. 드디어 하나 할 수 있다~하하하" 신나 하는 나를 보며 아이들도 웃는다. 쫑.

'운동, 일상, 리뷰, 드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호선에 사람이 산다고? | 연극 2호선 세입자  (0) 2022.04.14
드럼을 배우다 14  (0) 2022.04.08
드럼을 배우다 12  (4) 2022.03.20
드럼을 배우다 10, 11  (2) 2022.03.13
드럼을 배우다 9  (0) 202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