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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에 사람이 산다고? | 연극 2호선 세입자

by 토닥토닥서재 2022. 4. 14.

2022년 4월 4일 서울에 벚꽃이 '공식' 개화했다. 남도의 꽃 소식을 뉴스로만 보다가 동네 벚나무에 꽃망울이 터지는 걸 보니 이제야 봄이 온 것 같다. 개화는 관측 표준목(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앞 계절관측 표준목 왕벚나무) 임의의 가지에 꽃이 3송이 이상 활짝 폈을 때를 말한다. 서울에서 벚꽃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래 가장 빠르게 핀 2021년 3월 24일보다는 11일 늦고, 평년(1991년~2020년)보다는 나흘 빨리 폈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대학로로 향했다. 혜화역 2번 출구로 나가니 바로 바탕골소극장 건물이 보인다. 북적이는 엘리베이터를 보내고 운동 삼아 5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연극 <2호선 세입자>의 줄거리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관사가 되고 싶은 청년 이호선이 있다.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고 사랑에도 실패하고 무엇 하나 되는 일이 없다. 간신히 2호선 역무원으로 취직하지만 그마저도 불안한 계약직이다. 애인에게 차이고 술에 취한 채 차고지까지 가게 된 이호선은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나갈 수 없기에 남아야 하는 세입자들, 나갈 수 없기에 보내야 하는 이호선. 이들의 빵빵 터지는 코믹 감동 이야기가 펼쳐진다.

 


5명의 등장인물
시청: 오로지 직진 밖에 모르는 열혈청년, 이호선. 세입자를 몰아내고 정직원이 되고자 고군분투한다.
성내: 화가 많고 새침한 20대 아가씨. 시청을 경계하고 답답해하면서도 세입자를 두루 챙긴다.
구의: 뭐든지 해내지만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미스터리 할아버지.
방배: 2호선 살림을 책임지는 실세. 술과 폭력이라면 진절머리를 친다.
역삼(역장): 역삼은 공무원 준비만 수년 째다. 방배를 좋아해 반지를 준비한다. 악덕 역장으로 세입자를 괴롭힌다.

 

연극 시작 전 무대


2호선에서 자신들이 탔던 역 이름을 붙인 등장인물은 각자의 사연이 있다. 밖에 집을 구할 수 없어 역 안에서 사는 사람들, 이것을 알고 이용하는 역장, 이들을 몰아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이호선의 이야기가 1시간 반 넘도록 쉴 틈 없이 전개된다.

 


노래와 율동을 좋아하는 방배 역의 황진희 배우님, 웃는 눈이 예쁘고 유쾌했다. 수년 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역삼역의 백도겸 배우의 능청스럽고도 큼직한 동작이 시원스러웠다.

 


연극이 끝나면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마지막 무대를 보여준다. 박수를 열심히 치는 시간.

 

 


오늘의 캐스팅 보드도 담았다. 연기에 진심인 배우님들.


극장은 지하가 아닌 지상 5층에 있는 점은 좋았지만 의자 길이가 짧아서 보는 내내 허리와 허벅지가 아팠다. 남자분들은 몸을 자주 뒤척이고 연극이 끝났을 때 여기저기서 불편한 의자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피곤한 자세로 2시간 가까이 앉아 있는 건 좀 고역이었다.

시설은 그렇다치고, 배우님들의 연기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살게 된 각자의 사연을, 서로 보듬고 이해하는 장면은 가족처럼 따뜻했다. 걷기 좋은 봄날, <2호선 세입자> 연극 한 편 좋지 아니한가.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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