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운동, 일상, 리뷰, 드럼

드럼을 배우다 12

by 토닥토닥서재 2022. 3. 20.

12 봄학기 개강날. 문화센터로 가는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 시간에 배운 마지막 악보가 영 맘에 걸렸다. 딸아이가 찾아 준 베이스드럼 치는 영상을 두어 번 봤다. 페달 밟는 것에 신경을 쓰니 다른 동작이 안된다. 접영 배울 때 팔 동작에 신경을 쓰면 발차기 박자가 안 맞았던 것처럼 나의 부자연스러움은 어김없이 찾아와 당황하게 만든다.

앗 강사님이 바뀌었다. 목소리가 힘차고 체격이 있는 분이었다. 중학교 남학생이 제일 먼저 드럼 앞에 앉았다. 윤도현의 '나비'를 연습하는 친구인데 실력이 일취월장이다. 오늘은 비트를 좀 빠르게 연주했다. 빠르게 해야 는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들린다.

두 번째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연습하는 남자분이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강사님인 줄 알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는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아주신 분이다. 베이스드럼 페달 밟는 법을 전 강사님과 다르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나도 유심히 들었다.

그다음이 내 차례였다. 나는 악보를 짚으며 배운 곳은 여기까지이며, 잘 안 되는 부분은 여기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강사님은 4번부터 5번까지 연달아 해보자 했다. "제가 하나씩 짚어드릴 테니 천천히 해보죠." 강사님의 손가락을 따라 어찌어찌 틀리지 않고 넘어갔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자, 그러면 여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다음페이지로 넘어갔다. 어어 한주에 한 줄 배웠는데 통째로 한 페이지라니. 크래쉬 심벌과 스네어 드럼을 같이 치는 부분이 처음 나왔다.



크래쉬 심벌과 베이스드럼 동시에 치는 것은 해보았는데 크래쉬 심벌과 스네어 드럼은 처음이라 손과 머리의 연결을 빨리 익혀야 했다. 잘 안되었지만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 가기 전까지 먹구름 이었고, 하루 빠질까도 했는데 오늘 수업 가길 잘했다. 잘 못하고 더뎌도 곡 하나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다.

지난주 머리가 하얘져서 오작동에 실수 연발로 "와 정말 내가 바보인가, 이렇게 안될 수가 있을까." 하고 딸아이에게 말했었다. 딸은 "오구오구 그래쪄요? 괜찮아 괜찮아 연습하면 돼."라고 크큭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었다.

'오구오구, 괜찮아. 조금만 더 해보는거야' 라고 나에게 말해본다. 오늘 잘 넘겼으니 맥주 한 캔을 허하노라. 쫑.

'운동, 일상, 리뷰, 드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럼을 배우다 14  (0) 2022.04.08
드럼을 배우다 13  (0) 2022.03.27
드럼을 배우다 10, 11  (2) 2022.03.13
드럼을 배우다 9  (0) 2022.03.06
드럼을 배우다 7,8  (2)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