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때려치우고'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통쾌한 맛이 있다. 더러운 꼴 더 이상 안 보고 하고 싶었던 말 던지고 나오는 그림이 저절로 오버랩된다. 무엇보다 내 마음대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입꼬리를 올리게 한다.

연봉 많은 직장을 나와 무엇을 했다라는 책이 자주 보인다. 들어가기 힘든 직장을 나온 이유는 저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 회사의 안 좋은 면을 신물 나도록 겪고 여기서는 내 인생 망하겠다 싶어 행복을 찾아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16년 다닌 회사를 나와 하고 싶었던 북카페 오픈까지의 과정과 경영 일기를 찬찬히 보여준다.

 

회사에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시스템만 있지요. 그래서인지 하지 않아도 될 일, 왜 하는지 모르겠는 일, 하긴 해야겠지만 지금은 필요 없는 일들이 업무의 대부분입니다. 회사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도 태반입니다. p68

 

 

"한 직장에서 참고 견디며 불로장생의 꿈을 꾸는 것은 본인의 삶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방치하지 마십시오."

책 곳곳에 반려견과 함께 찍은 작가의 사진이 보인다. 푸근하고 소탈한 인상의 작가와 덩치 큰 반려견이 함께 찍은 사진이 익살스럽다. 회사를 '때려치우기' 위해서 퇴사 계획 세운 부분을 눈여겨봤다. 최고의 퇴사를 위한 5가지 준비사항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1 퇴사일을 정해라. 그 날짜에 맞춰 무조건 준비를 마친다. 퇴직금, 급여 등 인사팀에 물어본다. 알아서 잘해주겠지는 금물.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하게 챙기자.
2 최소 2년 정도 쓸 수 있는 돈을 준비해라. 생활비, 보증금 등 필요 금액을 역 계산해서 목표금액 잡고, 대출과 뚜렷한 목적 없이 가지고 있는 돈을 정리한다. 부족하다면 퇴사 시기를 늦춰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3 인간관계를 정리해라. 동료는 동료일 뿐, 어설픈 오해는 정리하고 묵은 감정은 풀고 나오기.
4 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라. 퇴사 전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면 일정 기간 활용할 수 있다. 남의 닭으로 내 달걀을 낳게 하라.
5 용기를 가지고 한 발만 내딛어라. 감정적인 퇴사는 100% 후회를 만든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고민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

 

만반의 준비로 퇴사를 한 뒤 작가는 계획했던 카페를 시작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한다. 카페 입지는 별표 10만 개를 쳐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카페 오픈 과정을 보여준다.

 

북카페는 자주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부러울 지경이었다. 만권이 채워지는 카페에서 커피와 안주 없는 비싼(^^) 막걸리를 팔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즐거운 삶을 예찬한다. 책, 술, 사람, 그리고 반려견 탄이와 함께 이제 인생이 완벽하다는 말에서 작가의 부심이 느껴졌다.

작가는 '지금은 모든 일이 부질없어 보이고 계속 실패만 하는 것 같아도 시간과 노력은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면서 행복을 찾고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걸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 속에 갇혀 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벌이는 적어도 행복지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는 작가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건, 행복을 찾아 결단하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퇴사를 꿈꾸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원한다. 다만 꿈꾸는 사람과 그 꿈을 실행하기로 한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문들 중 어느 문을 열고 들어설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곱씹어 본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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