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0. 7. 16.

홍승은 지음

어크로스출판그룹(주)

초판 1쇄 발행 2020.1.30.

초판 3쇄 발행 2020.3.11.

 

 

 

 

 

 

독서는 책을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다.

한 사람의 시선과 삶의 단편을 기록한 책을 통과할 때마다

나는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난 시간이 재배치되었고,

상처를 응시할 수 있었고,

외면했던 감각을 믿게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관념의 집약체가 아니라 하나의 실재하는 공간이다. p29

 

 

 

머리말에 저자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성, 이혼 가정, 탈학교 청소년, 전문대 출신, 프리랜서, 월세 살이, 임신 중단 수술, 비혼 주의자.

 

 

 

하지만 글을 쓴다고 모든 고통이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는다.

어떤 고통은 무뎌지지 않고 덧나기도 하고,

쓰면서 다시 한번 나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픔을 흘려보내거나 거리를 두기보다

감정에 깊이 젖는 방법을 택했다.

나에겐 그 통로가 시였다.

 

나보다 먼저 죽고, 먼저 우는 언어.

 

시는 건조기와 같아서 내 모든 아픔을 휘저어 털어주었다.

그러고 나면 나는 어느새 가벼워져 있었다.

시인의 언어가 슬픔을 조건 없이 흡수했기 때문이다.  p36

 

 

 

 

 

참은 줄 모르고 참은 말들 중에서

 

 

 

참을 만한 고통이 있을까요?

고통이 익숙해질까요?

 

 

 

글이 삶을 관통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거라면,

소수자의 위치에서 나오는 글은 언제나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할 테고

영원히 '사적'이라는 딱지를 뗄 수 없을지 모른다.  p103

 

 

 

 

 

 

"차라리 모두 앞에 주어진 공평한 불행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왕 이런 세상일 거라면, 한쪽에게는 일상이지만

다른 한쪽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불행이 아니라

모두가 상처 입는 공평한 불행을 보고 싶다고.

이런 내가 너무 나쁜 걸까."

사실, 나는 이 부분을 간절하게 읽고 싶었다.

모두에게 공평한 불행이라는 말을.

 

글을 쓰거나 말을 전달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공통의 감각은 왜 불가능한지,

나는 왜 듣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들어달라고 호소해야 하는지,

왜 한쪽의 절규를 다른 쪽은 가볍게 음소거할 수 있는지,

그 권력의 차이는 무엇인지 한없이 묻다 보면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해 주저앉곤 한다.

 

답 없는 질문 앞에서 화살은 어김없이 나에게 향한다.

내 설명이 부족해서, 말재주가 없어서, 글에 설득력이 부족해서,

결국 내가 모자라서 전달에 실패한 건 아닐까.

오랜 시간 나를 탓하다 보면,

조금 더 대중적인 글을 쓰라고 조언하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을 쓰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었던,

그래서 편하게 공감할 만한 글을 쓰라'는 요구였다.

조금 파고들면 내 글이 직선의 편향된 세계만 보여주기 때문에 설득력 없으니

블루베리와 가시덩굴 같은 더 곡선의 세계를 쓰라는 말이었다. 결국,

애초에 내 입장과 위치에서 나오는 글은 대중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 아픔이 아픔을 위로한 밤 중에서 p192-193

 

 

음.. 직선도 곡선도 있는 그대로.

전지전능한 신도 아닌 같은 인간인데 말이죠.

공감은 못할망정 비난은 하지 말아야지요.

 

 

 

나는 '글이 나오는 삶을 살라'는 말은 평범하게 살지 말라는 말보다는

'일상에서 글을 길을 수 있는 안목을 기르라'에 더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사소한 대화에서도 시대를 엿볼 수 있고,

사소한 감정에서도 구조를 읽을 수 있다.

말 한마디, 습관이나 감정 하나를 사소하게 넘기지 않는 부지런함과

지나치지 않고 제대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면,

누구나 '평범함'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길어낼 수 있다.  p238

 

 

'어떤 일에 대해 질문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다면,

그 일은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된다.'

 

 

 

 

 

6일간 연속 야근으로 파김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루 11시간 이상 일을 하는데 시간 대비 생산성이 떨어져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헛헛한 마음에 좀 우울해지네요.

 

퇴근해도 일은 끝나지 않지요.

집에 가면 아이들 먹을 것을 챙겨주고,

집을 정리하고,

 

그리고 자기 전에 여기에 들어와서 매일체크 리스트를 점검하고..

 

그러다 이 책을 블로그에 올리려고 꺼내어 다시 보니

고등학교 자퇴, 임신중절, 이혼한 집 딸 등 작가가 받았을 편견이

그물망처럼 삶을 옭아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저자의 글을 옮겨 전합니다.

 

 

나에게 '읽다'는 '경험하다'와 같은 말이었다.

내가 마련한 이 책이 당신에게 작은 자유를 선물하는 하나의 경험이 되길 바란다.

함께 쓰고 읽은 시간을 기록한 이 공간이 당신의 이야기를 꺼내도 안전한 그곳이길 바란다.

이제 내 글의 마침표를 열고,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이다.

- 책 중에서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8) 2020.07.21
응답하라 1994 마지막 나래이션  (2) 2020.07.20
나도 책 한권 쓰고 싶은데  (0) 2020.07.13
프로야구 페펙트가이드 2020  (0) 2020.07.07
VIRUS 바이러스  (2)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