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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나는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데 이별하고 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0. 3. 26.

김정한 에세이

미래북

2019.11.11.

 

 

생의 모든 것이 느닷없이 불현듯이었다.

사랑이 찾아오는 것도, 사랑이 떠나가는 것도,

다리가 끊어지는 것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그치는 것도,

막무가내로 쓸쓸했던 마음에

웃음이 차오르는 것도 모두 불현듯이었다.

그 불현듯이 웃음을 불러내고, 

눈물을 불러낸다.

 

-불현듯 찾아온 너무 좋은 빨간 날 중에서-

 

 

 

 

 

 

 

 

도서관이 무기한 휴관이라

퇴근 후 카페로 향했습니다.

조명이 좀 나은 곳에 자리 잡으니

책이 조명을 받아 뽀얗게 예뻐 보였습니다.

'이래서 조명이 중요해.

요 자리가 조명발이 ㅎㅎ.'

잠시 생각이 밖으로.

 

 

 

 

 

문장에 수식어가 여러 개 들어가는 문체군.

문장 하나하나에 사유의 시간을 들여 쓴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쉽게 읽히지 않아

속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읽었습니다.

 

 

 

작가의 많은 생각 중 여기서는 한 부분을 필사해보려고 합니다.

 

 

 

읽다가 이 부분을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든 부분입니다.

 

 

 

 

 

살기 위하여, 살아질 때까지

사라질 날을 걸을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 났을까.

비가 내린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쏟아진다.

창가에 앉아있는 빨간 시클라멘 꽃잎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다.

마음속에 선명한 풍경 하나 걸어두고 나는 비를 맞고 있다. 

마음까지 흠뻑 젖었다.

나는 날개 없는 천사, 그러니 두 발로 걸을 수밖에.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살아질 때까지,

언젠가 사라질 날을 걸을 것이다. 오롯이 홀로 이 비를 섬기며 걸을 것이다.

살면서 절망을 먼저 배운 탓에 익숙한 절망의 힘으로 길이 끝나는 곳까지 걸을 것이다.

굳은살이 박히고, 새까맣게 흙 때 묻은 발바닥이 아프게 짓무르도록 걸을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쉽사리 살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아픈 발이 더 아픈 신발을 벗어던질 때까지 걸을 것이다.

걷는 것이 죽도록 미안해질 때까지 걸을 것이다.

자괴감에 빠져 숨어 울지 않기 위해 나는 걸을 것이다.

 

 

 

 

 

 

 

 

무너지지 않겠노라며 아슬한 난간에 매달려 버티지 않을 것이다.

갈가리 얼어 터진 이 소중한 진실이 아무것도 아닌 진실이 되지 않도록.

무섭게 퍼붓는 비가 되어 내 마음, 내 육신의 손을 덥석 잡는 어둠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매번 심치처럼 그을리기만 하다가 비껴간 것들을 아쉬워하며

동그랗고 환한 나의 것, 찬란한 운명으로 만들 것이다.

더 이상 내가 슬프고, 슬픈 나를 지켜보는 내 안의 내가 슬프지 않게 할 것이다.

저절로 내 마음이 나를 찾아와 웃음을 쏟아내도록 만들 것이다.

어느 날 내 마음이 나를 부를 때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쏟아붓는 폭우 속을 걸을 것이다.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11월의 달력 위에 이렇게 절박한 욕망을 기록해 두었다.

 

 

생의 팽팽한 대결을 이겨낼수록 햇빛이 너무 밝다.

세기말을 지나 휘황한 봄날이 오면, 

풀썩 주저앉아 얼굴 묻고 울던 연약한 날들을 어루만질 것이다.

잘 살아냈으며,

당당히 잘 살아있음을 축하할 것이다.

 

 

선명한 풍경 앞에서 활짝 웃는 나를 위해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으니까.

반나절을 죽도록 걸으니 환하게 저문 저녁이 오고,

이렇게 쌉쌀한 선짓국 밥을 땀 흘리며 먹을 수 있으니까.

 

 

습관처럼 죄어온 남루한 고단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며 

느리게 수혈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괜찮다.

마음속 선명한 풍경 하나를 끌어안으며 살아가고,

살아내며,

살아질 때까지 걸을 것이다.

 

 

 

 

 

[당신 때문에 난 늘 아픕니다]

 

사랑의 모습은 즐거움, 기쁨, 설렘, 기다림, 공존, 공유 등 여러 개이지만

이별은.. 아픔, 이거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별하는 법을 안다고

아픔이 덜하지는 않겠지요.

 

바닥에 닿을 정도로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아프고 난 후

다시 천.천.히 올라오면 됩니다.

 

일상의 힘을 믿고,

일상 속에 나를 맡겨 보세요.

툭툭 털어버리고

괜찮다 괜찮다

나를 안아준다면

마음의 깊이가 깊어질 거예요.

 

이 책이 위로가 되어드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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