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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6. 3.

손민지 지음, 봄름, 초판 1쇄 2020.5.22.

안녕하세요, 토닥토닥 서재지기 벨라입니다. 오늘 읽어드릴 책은 손민지 님의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입니다. 작가는 이별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어떤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아서 차라리 서로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결정하는 것, 오해받아도 기꺼이 변명하지 않는 것, 오해한 채로 서로를 그 시간 속에 걸어 잠그고 떠나는 것. 지금 이별을 겪는 중이라면 작은 위로를 건네 주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헤어지자, 하면 헤어지는 것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사랑만큼 나약한 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사라져서 우리는 이렇게 되었나? 균열은 천천히, 그러나 순식간에 생겼다. p16 

 

안 좋은 감정은 천천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이 다다릅니다. 작가는 '그 틈을 한번 인지하기 시작하면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도 두렵지만 이대로 사랑하는 것도 두렵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별은 그런 것이었다. 이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어떤 의지도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아서 차라리 서로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결정하는 것, 오해받아도 기꺼이 변명하지 않는 것, 오해한 채로 서로를 그 시간 속에 걸어 잠그고 떠나는 것, 준비된 이별은 없었으나 언젠가부터 우리 사이를 주시하던 우리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동시에 서로를 놓아 버렸다. p20 이별

 

한 사람이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갔다.

내 세계의 절반도 함께 떨어져 나갔다.

 

당연하게도, 아는 것과 다르게 고통은 늘 생경했고 그 풍광은 유난하지 않아 더 쓸쓸했다. 우리에게 다음은 없을거라는 걸 받아들일 예정이었기에 조금은 의연했고 의연하다가도 자주 무너졌다. 무너졌으나 한 발은 현실을 딛고 있었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어서 눈시울이 자주 뜨거워졌으나 울지는 못했다. p36

 

  나 역시 다툼이 두려워 불만을 삭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던 관계에서는 아쉽게도 서로를 맞춰볼 기회가 없었다. 서로 괜찮은 척만 하다가 뜨뜻미지근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참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불만을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결국 다툼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두 세계가 융화되기 위해 우리는 더 솔직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두려워 말고 다퉈야 한다. p52-53

 

  흠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에 상대방의 좋은 점에 감사하며 사소한 단점 정도는 넘기는 태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수용 가능한 단점일 때 가능한 것이다. p86  

 

내가 수용할 수 없는 단점들이 하나둘 쌓이면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느라 자신의 감정을 갉아먹는 일을 그만두고자 마음먹습니다. 밖으로 향했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고, 내 상처를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감정만 가지고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싱크대에 담겨 있는 그릇 하나로도, 치약을 짜는 방법으로도 싸울 수 있는 존재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p123

 

작가는 '어차피 갈등은 장기전'이니 '감정대로 말하거나, 불만을 참았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터뜨리지 않고'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채로 내 상태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쓴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렇게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나이 들어가는 중이라고, 사랑과 갈등은 필연적인걸 알았으니 의연히 대처하도록 노력한다고. 그리고 한때 그토록 사랑받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는 누군가가 내 곁에 없어도 괜찮다고 느낀다고. 

스스로를 돌보며, 약한 생명에게 애정을 보내며, 타인과 연대하며 행복을 느낀다.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



사랑의 시행착오와 이별을 통과하면서 배우고 알게 된 것을 작가는 현실감 있게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위안을 건넵니다. 1인분의 삶에는 연인 간의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 차는 순간도, 특별히 가슴 설레는 일도 없지만, 내 몫의 삶을 단단히 받치고 서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은 이별을 잊게 해 주고, 그 터널을 나온 나를 성숙하게 해 줍니다. 자신이 지금 어두운 이 터널을 터벅터벅 걷고 있다면 이 책이 오래 헤매지 않도록 유도등이 되어 줄 것입니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