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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5. 28.

문학동네시인선032
박준 시집, 1판1쇄 2012.12.5. 1판43쇄 2019.9.24. (주)문학동네

안녕하세요, 토닥토닥 서재지기 벨라입니다. 오늘 읽어드릴 책은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입니다. 시인 박준 님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표지 날개에 있는 시인의 말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시집은 대부분 산문시입니다. 책 제목과 같은 시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 하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한 번 보고서는 작가님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 열 번 읽었습니다. 입에 조금 붙으니 알 듯 합니다.

 


하나 더 소개해드릴게요. 제목은 <유월의 독서>입니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유월 어느 날 마당 있는 집에서 책을 보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 덥지도 않고 습도도 알맞은 화창한 유월에 '꽃잎 같은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이른 아침 유난스럽던 천둥과 번개가 조금 잦아졌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읽으면 더 그윽해질 것 같은 시집이었습니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