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032
박준 시집, 1판1쇄 2012.12.5. 1판43쇄 2019.9.24. (주)문학동네
안녕하세요, 토닥토닥 서재지기 벨라입니다. 오늘 읽어드릴 책은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입니다. 시인 박준 님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표지 날개에 있는 시인의 말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시집은 대부분 산문시입니다. 책 제목과 같은 시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 하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한 번 보고서는 작가님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 열 번 읽었습니다. 입에 조금 붙으니 알 듯 합니다.
하나 더 소개해드릴게요. 제목은 <유월의 독서>입니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유월 어느 날 마당 있는 집에서 책을 보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 덥지도 않고 습도도 알맞은 화창한 유월에 '꽃잎 같은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이른 아침 유난스럽던 천둥과 번개가 조금 잦아졌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읽으면 더 그윽해질 것 같은 시집이었습니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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