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스 미달 지음
김도연 옮김
동양북스
2019.11.15.
저자 파브리스 마달 Fabrice Midal은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명상 교육자입니다.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라는 자존감에 대한 책은 많았지만
이렇게 불완전한 자신을 나르시스라는 관점에서 풀어간 책은 처음입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 책을 쓴 까닭이
나르시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합니다.
나르시스에 대한 신화는 이렇습니다.
나르시스는 강의 신과 물의 님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나르시스가 태어날 때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이런 예언을 한다.
"이 아이는 자신을 몰라야 늙어도 살 것이다." 예언을 들은 가족들은 나르시스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모든 조치를 취했다. 거울을 보는 것도 금지했다. 그는 자랄수록 더욱 아름다워졌고, 이 소년과 마주친 자들은 즉시 사랑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나르시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나르시스는 자신이 사랑스러운 소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자신이 매몰차게 거절한 젊은 남녀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것도, 그들이 슬퍼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사랑을 거절당해 실의에 빠진 아메이니아스는 칼로 목숨을 끊었고, 숲과 샘의 님프 에코는 작은 골짜기에 틀어박혀 하염없이 탄식하다가 목소리만 남고 육신은 사라진다.
어느 날, 나르시스는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목을 축이기 위해 샘 쪽으로 몸을 숙였다가 난생처음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이 청년은 누구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인데....' 며칠 동안 샘에 비친 자신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그 모습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낸다. '자기 자신'이라는 낯선 타인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나르시스는 샘에 비친 그 모습이 바로 자신임을 알게 된다. 그는 매우 큰 환희를 맛보지만 곧바로 황금 심장 같은 꽃술을 지닌 새하얀 꽃으로 변해버린다. 순수한 기쁨의 결정체이자 겨울이 지나고 가장 먼저 개화하는 이 꽃은 이로써 나르시스(수선화)라는 이름을 얻었다. p17-19
저자는 철학과 종교가 만들어 낸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르시스는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환영의 희생자였을 뿐이며 자신을 알지 못하는 자였다.
이 이야기는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자,
올바르지 못한 도덕관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로 변형되었다.
이는 신 앞에서 비천한 존재라 말하는 종교와
자신을 낮추라는 철학이 이런 오해를 만들어 냈다.
나르시스는 참된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고,
당연히 타인에 대한 마음도 닫혀 있었다.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존재로 변신하여 부활하게 되었다. p226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아니다.
자신을 살아 있는 존재,
관심을 받을 만한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다. p39
자, 그럼 나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다른'사람들이다. 나도 잘하는 것이 있고, 원하는 삶이 있다. 우리는 모두 독특한 사람들이며, 백조가 되어야 할 오리 새끼들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자신에 대해 자신이 지닌 것보다 더 적게 말하는 건 겸손이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가치보다 자신을 더 낮게 깎아내리는 건 비겁하고 심약한 행동이다. <수상록>2권, 6장
우리는 끝없이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완벽한 상태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그러나 만족이라니? 무엇을 만족한단 말인가?
행복은 케이크 위의 체리가 아니라 만들고 있는 케이크이다. 행복은 성공 후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성공의 조건이다. p54
내가 나의 잘못이나 불완전함을 용서하는 건, 나를 정당화하거나 잘못을 부인하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또한 '별것 아니야'라면 생각해버리거나 최선을 다했다고, 나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합리화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경험상 이러한 시도가 소용없으며 그래 봤자 결국은 '실패했다'는 무거운 자책감 속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나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건드리지 않고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보고 싶지 않은 나의 약점과 대면해야 하며, 무시하고 싶었던 상처들, 내가 닮고자 열망했던 모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나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책한다 해도 진심으로 나를 용서해야만 한다. 가까이에서 바라보기 두려웠던 나와 화해해야 한다. 자만심 강하고 아량이 부족한 나, 매번 실수를 저지르는 나와 말이다. 나를 용서하는 것은 자신이 연약하지만 개선될 수 있는 인간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p83
나의 약점은 나의 전부가 아니다. 나는 내가 다른 이들을 사랑하듯 나를 사랑한다. 때로는 내가 싫지만, 때로는 내게서 멋진 부분을 발견한다. 나의 결점과 잘못을 인식할 때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약점이 나의 전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완벽해지지 않으리란 것도 인정하자. 언제나 나무랄 데 없는 삶을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복잡하다. 앞으로도 물론 바보 같은 행동을 저지를 테고, 이상적인 완벽한 존재는 될 수 없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까. 완벽하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 자체로 사랑받기에 마땅하다. p142-143
불어난 살을 뺀 저자의 경험담이 나옵니다.
몇 년 전에 조금씩 살이 오르더니 급기야는 10kg이나 쪄서 몸이 몹시 무거워진 적이 있었다. 나는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하고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나면 또다시 군것질거리에 빠져들어 후회하곤 했다.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는데 문득 내가 내 몸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거워진 이 몸은 내게 맞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나는 나를 위해 습관을 다시 들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순수한 나르시시즘에 힘입어 10kg을 감량했다. p181
이 부분을 읽고 정말 저도 모르게 나도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긋한 휴일 아침, 이불속에서 옆으로 누워 이 부분을 읽다가
아! 하고 일어나 가방을 챙겨 헬스장으로 향했습니다.
말로 쓰니 이렇게 간단한 것 같지만
'더 누워있어, 따뜻하고 좋잖아.'라고 말하는 편안한 잠자리를 빠져나오기란 ㅎㅎ
그렇게 부지런을 떨어 운동을 하고 나와
근처 커피집에서 책을 마저 읽었습니다.
"오늘 엄마 잘했지?"하고 커피집으로 온 딸에게 말했습니다.
"어 잘했네. 인정."
"응, 오늘 좀 잘한 거 같아. 사실 오픈 전에 가서 다시 집에 돌아왔다 다시 갔거든.
너 집에 다시 와서 나가는 거 얼마나 싫은 건지 알지?"
"알지알지 고럼."
그래, 담에 또 칭찬해줘, 딸~^^
'나'라는 건 너무 평범해서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찾을 수 없으며, 전혀 뛰어나지도, 지적이지도 않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디어는 결코 독창적이지 않다. 내가 생각한 것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도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것은 다른 누구도 똑같이 느끼지 않는다. 인간다움에 이르기 위해서는 집단과 추상적인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독창성을 표현할 수 있다. p190
나는 훌륭하다. 이 지구에 살아서, 완벽하지 않아서, 세상의 표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나는 훌륭하다. 나 그대로의 나여서,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유일한 존재여서, 나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을 찾아 완수하는 일이며,
나를 알고 내 안의 인간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바로 알게 된 나르시스는
반드시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완전한 나로서 행복하게 존재할 권리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 두 교훈을 바탕으로
나의 가능성을 마음껏 시도하고,
잠재돼 있는 자신의 빛나는 모습을 발견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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