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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by 토닥토닥서재 2020. 5. 12.

강주원 산문집

초판 1쇄 발행 2019.10.28

초판 5쇄 발행 2020.1.17.

비로소

 

'비로소 출판사는 무게는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은 책을 펴냅니다'

출판사의 소신이 멋집니다.

실제로 책이 가볍습니다^^

 

 

 

 

 

"

사람이 가장 힘들 때는

이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할 수밖에 없을 때입니다.

"

 

 

일단

 

여행을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비행기 표를 끊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짜에 맞춰 내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 앞으로 내게 주어질 일, 이것, 저것 다 신경 쓰다 보면 여행은 계속 미뤄진다. p24

 

 

 

제가 여행을 계획하는 패턴과 비슷하네요.

일단 비행기표를 사는 것.

작년에 올 1월에 갈 홍콩-마카오를 예매해놓고

홍콩 시위가 길어져서 가을쯤 취소를 했습니다.

표 한장이 몇 달을 살 기운을 내게 했는데

없어지니 금세 시무룩해졌지요.

그러다 다시 뒤져서 표를 사고 올 초 다녀왔더랬습니다.

 

지금은 6월에 강원도 산골집에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저녁에 고기 드실 때 산에서 쌈채소 좀 뜯어 드릴게요."

사장님의 살가운 멘트가 어떤 곳일지 기대하게 합니다.

아 또 이렇게 두달, 낯선 곳으로의 여행의 기대감으로 살겠네요^^

작가님의 말처럼 하고 싶은 것은 일단 시작해보는걸로!

 


 

 

나이 탓

 

나이는 참 좋은 변명거리였다. 요새 체력이 부족한 이유를,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생기지 않는 이유를, 종일 무기력한 이유를 모두 나이 때문이라고 하면 참 편했다. 나이만큼 좋은 변명거리가 없었다.

 

근데 모든 원인을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진짜 나이를 먹는 느낌이었다. 몸은 축 쳐지고, 체력은 바닥이 나고, 때론 내가 눈뜬 시체처럼 느껴졌다. 나이는 참 쉬운 변명이었지만, 그 변명은 날 독으로 빠뜨렸다.

 

식단을 바꿨다. 가벼운 운동을 매일 했다. 술을 끊었다. 독한 마음을 품은 게 아니라, 내가 빠진 독에서 헤어 나오고 싶어 발버둥을 친 것이었다. 식단을 바꾸니 체력이 좋아졌다. 매일 턱걸이를 했더니 몸이 좋아졌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더니 정신이 맑아졌다. 예전보다 스트레스가 줄었다. 새로운 일을 꾸미게 되고,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됐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죽기보다 싫었는데, 요즘은 아침에 살아있는 나를 본다.

 

습관처럼 나이 탓이라며 변명하던 내 모습을 회상한다. 엄연히 말하면 나이 탓이 아니었다. 나이를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나이를 핑계 삼아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죽였던 내 잘못이었다. p32-33

 

 

술에 대한 변명

 

나는 술을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서, 인간관계를 위해서 술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술은 여전히 나를 따랐지만, 체력은 더 이상 나를 따르지 않았다. 식단은 인스턴트로 가득했고, 운동은 남의 일이었다. 날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이대로 나이 탓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체력 회복을 위해 극단적으로 식단관리를 시작했다. 인스턴트를 끊고 당과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였다. 그리고 매일 맨몸 운동을 했다. 과하지 않게 차근차근 변화를 줬다. 아침을 맞이하는 느낌이 달라졌고, 하루 내내 졸음과 싸워야 했던 내가 졸음과 이별하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체력은 서서히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는 그전의 컨디션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술을 멀리했고, 술은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한 이벤트성 음료가 됐다. 신기한 일이었다. 내가 술을 멀리하다니.

 

나는 내가 술을 끊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사람들이 술을 마셔도 굳이 입을 대지 않는 나를 보며, 술이 없어도 인생의 즐거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나를 보며, 술 대신 커피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나를 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p34-35

 

 

 

선택이 어려운 이유 p85

 

 

스무 살에 생각한 내 서른의 삶은 안정적이고, 부유하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이었다. 하지만 난, 과거의 상상과 달리 전혀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불안정하고, 방황하고, 타인의 인정을 멀리하며 살고 있다. 단 하나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단 하나도.

 

그렇게 예상 밖의 길을 따라 지금의 나이가 됐다. 계획에 없었던 이 모든 과정을 지나 지금의 내가 됐다. 하지만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워 그것을 성취해 나가는 삶이 아니라, 내게 다가오는 삶의 이벤트를 맞이하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소 무계획적이더라도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사는 삶도 괜찮은 것 같다.

 

p172-173  <조금 더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중

 

 

 

초등학교 때 TV에서 좋아하던 <장학퀴즈>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못 맞힌 문제를 맞혀서 무지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쭐하여 20살이 되면 엄청 똑똑하고 멋진 대학생이 되어

꿈이 저절로 이루어졌을 거라 상상했었지요.

ㅎㅎ저절로라니..

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오늘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내일은 없다

이 당연한 한 줄을 깨닫는 데에는

힘든 것은 피하고 싶은 또 다른 나와의 긴 싸움이 있었습니다.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를 만나면 우리는 애써 감정을 숨기게 된다.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은 척하고, 슬픈 날에도 웃으려 노력하고, 우울한 날에도 애써 밝은척하게 된다. 상대에게 힘들고, 슬프고, 우울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가 떠나갈까 두려워서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떠나갈 사람이라면, 당신이 아무리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고 한들 끝까지 곁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잠깐 만나고 헤어질 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자신의 본모습과 감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평생 상대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유희열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극은 끝난다>중

 

 

지금 그런 분과 같이 사시나요?

그런 분을 만나고 있나요?

 

 

상대적인 것

 

놓아버려야 할 관계

 

 

2020년이 어느덧 130여 일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230일 정도 남았고요.

 

 

 

 

우리의 불안이 이 세줄에 다 담겨 있습니다.

시작과 끝

현실과 이상

버팀과 그만둠

선택을 해야 할 순간입니다.

 

 

충분히 고민했다면 그 선택은 최선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나서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되는 거지요.

"책임의 무게를 지는 연습을 한다면 무엇이든 자유로울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이 말들이 떠오른다면 좋겠습니다.

너무 슬픔에 빠지거나 당황하지 않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