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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비울수록 채워지는 미니멀 라이프

by 토닥토닥서재 2021. 11. 16.

도서관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다 미니멀 라이프 책을 집어 들었다. 휴일 오후 내 도서관 소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밥 먹으러 나가려던 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얄팍한 이 책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지 무척 궁금했다. 빨리 읽고 싶어 무인대출반납기에서 빌리려는데 데스크에 문의하라는 멘트가 떴다. 지난번에 날짜를 지나 반납했더니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위층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대출증을 빌려달라 톡을 보냈다. 




오후미 지음이라 해서 작가가 우리나라 분인가 했는데 읽다 보니 일본 사람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일본에서 여전히 대세인가 보다. 미니멀라이프 관련 책에 유난히 일본 작가가 많다. 1988년 생이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며 남편과 함께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바뀌었다는 작가의 소개를 지나니 '깔끔하고 아늑한 우리 집 구조'라며 평면도를 보여주었다. 44㎡의 아파트, 평수로 환산하니 13.3평 정도 된다. 방 하나에 거실, 주방, 화장실, 붙박이장이 있는 구조다. 

작가는 '운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이 이어졌다 한다. 회사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는 고객 불만이 쏟아지고 집에서도 남편과 매일 싸웠다고.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고 한다.

'청소를 자주 하지 않으면 운이 나빠진다!'

 


정리가 안된 물건들을 못 본 채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정리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이 너무 많아 청소도 정리도 안되니 '정리'가 아니라 '버리기'로 결심한다.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나머지는 나눔하거나 버렸다. 집이 비워지니 운이 좋아지고 인생이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단다. 집안의 기운이 잘 통하면 운이 트인다는 글을 나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아예 연관이 없는 말은 아닐 것 같다.

 

'미니멀리스트'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의 적정한 양을 알고 생활하는 사람



보통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면 물건의 수를 확 줄이고, 최소한의 살림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이렇다. 극단적으로 물건을 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구분할 줄 알고, 적정한 물건들이 있는 공간에서 편리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라고. 내 포인트는 편리함과 편안함이다.

 

 

물건을 줄이면 생활에 '아늑함'이 생긴다.

깔끔함 속에 아늑함이 있으면 홀가분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다

 

 


작가가 물건을 줄이는 이유 중에 일본의 자연재해 때문인 것도 있었다. 지진의 심각한 피해를 여러 번 겪어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며 본 부분이다. 작가는 머리 위의 수납장에는 떨어졌을 때 위험한 물건은 수납하지 않고, 자는 곳 머리맡에 있던 서랍장을 버렸다. 떨어지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것은 모두 치웠다. 게다가 비상시에 생명을 구하는 물건들을 상시 비치하고, 유통기한을 앱으로도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이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생길지 모를 재난에 대비한 비상 가방 하나는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잘 버리지 못하고, 버릴 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정리하는 것이 귀찮아서, 물건이 많으면 위안을 받고 안정감이 생긴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작가는 '버리지 않고 두면 자신이 죽은 후 누군가가 정리해야 한다.'면서 남은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것보다 지금 자신의 의지로 정리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이미 물건이 너무 많다면 버릴 때가 반드시 온다. 어차피 수십 년 후에 해야 한다면 지금 정리해서 남은 인생을 홀가분히 사는 편이 좋다. 물건도 가치가 있을 때 버리면 손상되기 전에 다음 주인을 만날 수 있다.

 


지금 아니면 나중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거다. 지금 하면 아늑하고 편리한 생활을 그만큼 더 할 수 있는 거니 단순 계산으로도 지금 하는 편이 더 낫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집 전체를 스윽 둘러보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보인다. 가족의 물건들, 치우려면 양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거슬리지만 일단 둔다. 우선순위에서 그건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해야지. 사용안 하는 그릇하고 안 입는 옷은 기증하고, 책꽂이와 책상도 좀 정리하고, 현관 앞에 둔 분리수거통 위치도 좀 바꿔볼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이렇게 정리에 대한 마인드도 다져보고, 집 치울 궁리를 해본다. 읽어도 읽어도 배울 점이 있는 미니멀 라이프 책을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기운이 잘 통하는 집을 만들고 싶다면 미니멀라이프 책을 읽어보시길. 작은 팁 하나라도 따라 하다 보면 정리하고 비우는 요령이 생길 것이다. 좋은 기운이 팍팍 들어오게 자리를 내어주자.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