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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by 토닥토닥서재 2020. 12. 10.

이하루 지음 / 상상출판 /초판 1쇄 2019.12.23.

 

안녕하세요, 벨라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기자, 카피라이터, 기획자, 사내방송 작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하루님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입니다. 도서관 신간 코너를 훑어보다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에세이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빌려왔는데요, 기대했던 것보다 알찬 내용이 많았습니다. 다시 보려고 붙인 포스트잍이 나풀나풀 손짓하네요. 그 부분으로 넘겨 보겠습니다.

일주일에 글을 한개 올리자 하는 다짐을 지키는 일은 무지 어렵습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인데 숙제처럼 해야 할 일이 되어버려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다 읽은 책이 밀리고, 덩달아 반납 기한도 밀리고, 일하고 집에 돌아와 쉬어야 할 시간에 마음이 불편한 지경이 되었어요. 답답한 속사정을 들은 친구는 "재미있는 것도 숙제가 되면 재미없어져. 그냥 가볍게 써.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했죠. 그 뒤로 힘을 좀 빼야겠다란 조금의 방향 전환을 생각하던 차에 작가님의 이런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쓰고 싶은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다. 게을러터지고 정리정돈은 포기한 나 같은 사람도 어떻게든 쓴다. 쓰고 싶을 때마다. 앉아서 하는 일이 뭐가 힘드냐고 하겠지만 글쓰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피로감을 덜어줄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찾아야 한다. p28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문장이었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루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구요. 제 블로그는 크게 두 카테고리로 되어 있어요. 이렇게 책을 읽고 좋은 내용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것과 기억하고 싶은 순간, 생각, 아이들의 말을 담은 짧은 글들을 쓰고 있어요. 쓸 때마다 저를 표현하는 것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이렇게 써도 되나 하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 종종 있었는데 작가는 이런 저의 고민에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에세이는 작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르다. 화려한 문장으로 자신을 감추는 것보다 깨닫고 변화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편이 더 매력적이다. 일기가 이닌 '읽히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드러내야 한다. 진짜 나를.

글을 쓸 때는 내가 갇혀 있는 <트루먼 쇼> 속 세상에서 벗어나 하루 동안 진실만 떠들게 되는 <라이어 라이어>의 짐 캐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에 대해 진솔하게 써보자. 별 볼 일 없게 느껴지는 시시한 일상도 일단 그대로 옮겨보자. p69

 

일기가 아닌 읽히는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진짜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말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셰퍼드 코미나스의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라고.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 부족한 연습량으로 웅변대회에 나섰을 때와 같이 두려운 마음입니다. 그러면서도 글을 쓰는 동안은 나에게서 나온 말들이 나를 위로하거나 응원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부족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 두 마음이 부딪쳐 혼란스러울때 솔직한 글쓰기는 내 안에 숨은 특별함을 찾아주고,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이런 갈등을 해소해줄거라고 합니다. 

 

에세이를 쓰고자 할 때 '뭘 쓰지?'하고 처음부터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 방법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쥐어짜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회사를 퇴사하고 떠난 여행, 큰돈과 긴 시간을 투자한 취미,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도전 등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투자는 신선한 글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도움이 될 뿐'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글감은 경험이 많은 사람은 물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도 주어진다. 쓸 만한 이야기는 낯선 곳에 있는 게 아니다. 가깝고 익숙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p78

그리고 나 자신과 질의응답을 해보라 합니다. "이 글감이 내게 인상적인 이유는?" "이 글로 전달하고픈 나만에 메시지는?" "내가 전달할 메시지에 공감할 사람은?" 이렇게요. 에세이는 쓰는 사람의 감정, 생각, 철학이 묻어있는 읽히기 위한 글이니까 내 글이 독자를 설득하고 공감시킬 수 있을지 이런 질문을 통해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를 말하고 있습니다.

 

 

흑역사, 굴욕적이었던 날, 안 좋았던 감정, 껌처럼 달라붙어 있는 단점 같은 나의 불편함도 글로 써보라 말합니다.  오늘은 좀 삐딱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요. 글은 삐딱하겠지만 웅그린 채 숨어 있는 내 감정과 마주할 기회가 될 거라는 말에 부족한 용기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단점을 찾아내려는 시선을 유지하면 자칫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예민하게 느낀다는 점에서, 변화를 만드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글쓰기는 그럴듯한 문장을 나열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를 깨닫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일이다. 그 때문에 완벽한 문장이 아닌데도 사랑받는 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가 깃든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쓸모없을 때는 부정을 부정하려 할 때뿐이다. 그러니까 불편한 감정과 생각이 드는데도 원인을 찾지 않고,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을 때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삐딱해지진 말자. 화를 내는 글일수록, 분노하는 글일수록, 지적하는 글일수록 나의 말을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면 나와 같은 주장을 한 유명인의 말이나 글, 또는 신뢰할 만한 통계자료를 찾아보자. 나의 삐딱한 글로 누군가의 '뼈를 때리고' 싶다면 설득력이 필요하다. p57,59

 

이 책은 에세이가 되는 다양한 글감에 대한 내용과 함께 삶을 에세이로 만드는 글 팁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 세 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막힌 글을 끝까지 쓰는 요령입니다. 1. 영화나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한 글인 로그라인(logline)을 글이 정리되지 않을 때 써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쓰고자 하는 주제가 확연히 드러나고 글을 쓰기 쉬어진다니 좋은 팁인 것 같아요. 2. 장르와 분량에 신경을 쓰지 마라,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짧게 묘사해서 메모하거나 SNS에 올려두면 나중에 그 모티브로 짧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다른 경험과 연관 지어 새로운 에세이를 쓸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고민하지 말라고 하네요. 3. 막히면 일단 관두기, 이 부분은 경험상 동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쓰다가 막히면 다른 글을 쓰면 된다, 글은 김치 같아서 묻어두고 보관하는 기간에 따라 다른 맛을 내니 일단 쉬고, 후에 꺼내어 계속 쓰면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읽기 좋고, 듣기도 편한 글을 쓰는 법입니다. 1. 쉬운 단어 위주로 사용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써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자기 글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2.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 문장이 길고 장황하면 쓰는 사람 생각도 엉키고, 읽는 사람 머릿속도 어지러우니 적절하게 짧고 간결하게 써라. 3. 뉘앙스가 아닌 메시지를 담으라. 독자의 시간을 뺏는 글이 되지 않으려면 '맥락과 메시지가 분명한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독자를 허무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고전적인 다음의 글쓰기 방법을 구사해볼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승전결' 형식으로 의견 제시-> 이유와 사례-> 의견 강조의 형식으로 구성하기가 그것입니다.

 

세 번째, 경로를 이탈한 글을 살려내는 법입니다. 글이 한 번에 완성되면 가장 좋겠지만 원래 글이란 한 번에 써지지 않는 법, 처음 의도대로 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유를 잘 모르겠을 때 작가는 이 세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1. 일단 묵힌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열어보면 신기하게도 새로운 대안이 보인다고 하니 일단 숙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과감하게 버린다. 내가 쓴 문장을 아까워하다 보면 글 전체가 뒤죽박죽되기 쉬우므로 전체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문장과 문단은 과감하게 제거하라고 합니다. 이것을 메모장에 따로 모아두면 새로운 글감으로 탄생한다고 하네요. 일단은 버리는 것으로. 3.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이 읽히는 경험은 부끄럽지만, 일단 한번 보여주라고. 의외로 다른 사람이 어렵지 않게 진퇴의 상황을 해결해줄 수도 있을 거라고요. 이 부분은 제가 첫 책을 냈을 때 아들에게 제 글을 보여주고 의견을 묻고 도움을 받은 경험상 괜찮은 방법이었습니다.

 

 

삶을 에세이로 만드는 작가의 마무리 글에 저의 속마음이 들어있어 머쓱했습니다. '나를 뺀 모두가 멋지게 사는 것만 같아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과거 상처로부터 단단히 발목이 붙들려 있다고 생각될 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을 때, 이럴 때조차 우리의 삶은 꽤 쓸 만하다. 아니, 이럴 때일수록 삶은 글로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내 삶의 의미를 변화시킬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내 인생이 시시하고 평범한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이 내가 일상을 글로 옮기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이토록 심심한 삶에도 쓸 만한 크고 작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는 작가의 긍정적인 면이 부럽네요. 갈 길이 멀겠지만 여기 서재에 글을 하나씩 채워가다보면, 지금 100개쯤 썼으니까 한 500개쯤 썼을 때는 마음이 좀 편안해져 있을런지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나의 일상이 어떻게 에세이로 쓰이는지 글감을 찾는 것부터 쓰는 방법, 그리고 글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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