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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책 보기 좋은 카페

기와지붕이 멋스러운 광명 소하동 카페, 소하고택

by 토닥토닥서재 2022. 3. 21.

빗방울이 한두 방울 투툭 떨어지는 휴일 오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딸아이와 함께 전에 가보려고 했던 카페로 향했다.

open 월~토 12:00~21:00
현재 운영 시간은 이렇다.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이렇게 문을 연다고 손글씨 안내문이 붙어있다.

광명시 신촌북로 7
02-6013-1957

 

 

입구를 들어서니 너른 마당이 나왔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디귿자(ㄷ) 모양으로 기와집과 건물 한동이 있다. 아파트 단지 앞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소하고택의 손님 대부분은 남녀 한쌍이다. 일부러 찾아온 듯, 옷차림이 동네 마실 온 분위기는 아니다. 서너명씩 앉은 테이블은 수다삼매경이다.


꽃무늬 3개를 이어 붙인 이색적인 청동테이블 자리에 앉아 둘러보니 카페 안은 만석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서랍도 열린다. 옛날 할머니 집이 생각났다.


주문하는 곳은 입구 들어와 왼쪽 건물, 기와집 건너편이다. 자갈이 깔린 마당을 건너가 제주녹차라떼와 아메리카노, 구운 가래떡을 주문했다.


계핏가루가 살포시 뿌려진 조청에 따끈한 가래떡을 푹 찍어 한입에 넣었다. 또 할머니 생각이 났다. 긴 가래떡을 연탄불에 구워주셨지.


기와지붕 아래 노란 조명이 따뜻해 보인다. 재봉틀과 미닫이 장도 정겹다. '할아버지가 짓고 아버지가 태어난 집' 이라니 아마도 대를 이어 사용한 세간살이인 듯하다.


차와 떡을 담아준 쟁반을 가만히 보니 자개 서랍이다. 할머니 집에도 화려한 자개장이 있었다. 잠자기 전에 누워서 자개 속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상상하다 잠들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마당을 향하고 있는 벽 전체가 유리 통창이다. 기와집과 어우려져 시원하고 멋스럽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저 앞에 앉아서 보면 무척 운치 있을 것 같다. 자리에 여유 있는 시간에 와서 조용히 책을 봐도 좋겠다.

번화한 도심 한복판에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대대로 살았던 집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재개발 폭풍 속에서도 고택을 지키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준 주인장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참, 여기 주문하면 진동벨을 주는데 그 삐삐삑 소리가 긴박감을 준다. 얼른 일어나서 주문한 걸 가져가라고 하는 것 같아 지체 없이 뛰쳐나가야 한다. 이 점만 빼고는 멋스럽고 괜찮은 카페다.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