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게을러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하고 늦은 브런치를 먹고 산책도 하고 싶은 그런 날..
종일 소파는 나랑 한 몸을 실천하고 싶은 날.
리모컨을 손에 꼭 쥐고 티브이와 눈 맞추고 싶은 날.
그러나 현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 속에서 잠시라도 꼼지락 거릴 새가 없습니다.
바로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머리를 말린 후 식구들 간단히 먹을 것을 준비하고
아들 독서실에서 먹을 도시락을 싸고, 설겆이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밤새 잘 마른 세탁물을 정리하고, 다시 다 돌아간 빨래를 널고,
그리고 출근을 합니다.
종일 일을 하고,
퇴근 후 다시 집으로 출근해서
청소하고, 간단한 저녁을 준비하고, 다림질을 하고,
그리고 갈등을 합니다. 소파에 누울까, 도서관에 갈까.
그러다가 모자를 눌러 쓰고 나갑니다. 일단 나가자 하면서요.
(몸 절반만 데리고 나갑니다.)
나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책을 봅니다.
나가기 싫어했던 나머지 영혼도 따라오고요.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어서 좋고, 열람실도 쾌적하고, 앉으면 집중이 금방 되는 게
참 좋습니다. 보통 역 근처에 살면 역세권, 숲 근처에 살면 숲세권이라는데
우리 집은 서(書)세권이 아닐까 합니다.
매일 가는 건 힘들고 일주일에 몇 번 들릅니다.
가족들 귀가 시간에 맞춰 집에 와서 간식 좀 챙겨주면 12시.
요즘 하루 일과는 보통 이렇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지금 이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 유, 초등학교 때는 일찍 깨워 밥을 먹이고 차에 태워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종일반에
내려주고 출근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방학에도 아이들에겐 방학이 없었던 그때,
퇴근할 때 데리러 가면 둘이 기다리던 모습, 마음이 짠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이런 것쯤이야.
아이들은 자라고 그 시기에 맞춰 부모가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럴 때이고요. 아직 엄마손이 필요하니까.
게으르고싶다는 생각은 개나 줘 버려야겠습니다.
#역세권숲세권 아니고#서세권#개 미워하는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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