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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이러다 인생 망할까봐,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by 토닥토닥서재 2021. 8. 14.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책이다. 노랑 바탕 표지에는 사람이 필라테스 동작과 비슷한 포즈로 엎드려 있다. 척추를 쭈욱 늘려주는 이 고양이 자세를 하면 등이 시원하다. 물론 그림은 그게 아니겠지만.

 

이 모든 것은 인생이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프로게으르머라 칭하는 작가는 유치원 땐 2년간의 피아노 학원 생활을 바이엘 하권으로 끝냈고, 초등학교 때는 학습지 풀기가 귀찮아서 답을 베꼈고, 미루다 선생님이 오면 집에 없는 척을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땐, 새벽까지 PC게임을 하다가 수업시간 내내 잠을 잤고, 대학교 땐,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보다 자체 휴강을 여러 번 했으며 백수가 됐을 땐, 완전 엉망진창으로 살았다고 고백한다. 눈 뜨면 새벽 4시, 야식을 먹고,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밤낮이 바뀌어 늘 피곤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프로필을 읽었을 때 너무하네, 내 딸이었으면 등짝 스매싱을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책을 내다니. 어떻게 변화한 것인지 궁금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 나에게 게으름은 사치다. 끊임없이 일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대도 마음 저 구석에는 게으름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다. 한없이 게으르고 싶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끝까지 미루고 싶어서 가끔 몸부림도 친다. 실제로 그런 짓을 여러 번 해보았다. 해 본 결과, 게으렀을 때 몸이 조금 편한 건 잠시, 마음은 영 불편했다는 거, 그래서 웬만하면 그냥 하자는 방향으로 노력한다.

 

 

의지력에 대한 오해

 

 

우리는 흔히 의지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부든 운동이든 의지력만 있으면 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아주 틀린 말도 맞는 말도 아니다. 작가는 '당장 의지력을 끌어낼 수 없다면, 그냥 내가 절실하지 않을 뿐이라고 자책했다'는데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움직이게 할 동기만 찾아내면 의지력이 샘솟아 단번에 자신을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오해였다고.

 

 

계획, 실행, 포기가 왜 반복될까
변화는 내 의지력 수준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작가는 의지력과 자제력은 체력처럼 꾸준히 길러지는 것이라 말한다. 처음에는 잘 못하는 기술이지만 얼마든지 트레이닝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처음 배우는 '유치원생'이라 생각하고 아직 초보인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의지력 성장 방법을 제시한다.

 

 

깨어난 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생활 패턴 바꾸기

 

 

하루의 시작인 아침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하루의 활기참을 결정하는 것이다. 작가는 무엇보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열어 불필요한 것을 검색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영부영 10분 이상을 보내게 되면 흐리고 무딘 의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될 거라 한다. 스마트폰 알람을 껐으면 바로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흐물흐물 헐렁한 옷은 정신도 흐물흐물 헐렁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고정 일과를 만들어야 움직인다

 

계획은 적어야 계획이 됩니다. 적지 않고 머릿속에만 들어있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잡념입니다.(...) 계획을 적지 않으면, '뭐뭐 해야 하는데' 잡다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돌아다닙니다.(...) 계획을 적으면 뇌가 할 일을 종이에 아웃소싱하기 때문에 할 일을 관리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p73

 

해야 할 일을 메모하지 않으면 일을 하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고, 다음에 뭐하러 했더라 기억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또 우선순위 없이 무작위로 일하게 되고, 일의 진행 상태도 파악할 수가 없다. 프로게으르머를 위한 팁은 3초 이내로 찾을 수 있는 메모장, 들고 다니기 귀찮으면 안 되는 사이즈, 심플한 분류 칸이 있는 것을 사용하길 권한다. 그리고 이 부분 '한없이 가벼운 목표 세우기'. 아주 작지만 정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 이건 매일 스몰스텝 체크리스트를 하고 있는 경험상 추천할만한 방법이다.(나는 나태해질까 봐 진행상태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좀 쑥스럽지만.)

 

 

할 일은 작게 쪼개서 시작하기 쉽게 한다

 

 

무리한 목표는 단번에 하기 싫은 마음의 역풍을 맞는다. 의지력이 단련된 사람은 참을성 있게 해 나가겠지만 아직 유치원생 의지력으로는 무리다. 차근차근 의지력을 길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하기 싫은 마음이 안 생기도록 한없이 가벼운 목표(내가 하는 것을 예로 들면 스쿼트 50개는 할 수 있지만, 하루 30개만 하기로 한 것)를 정해 실행의 장벽을 가뿐히 넘게 하는 것이다. '쉬워 보이면 미루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이 맞다.

 

 

주변을 정리하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한다

 

스마트폰과의 적당한 이별

 



작가는 주기적인 목표를 실행하는 것을 북앤드에 비유했다. "큰 책장(하루 동안의 시간)에 북앤드(고정 일과)가 하나도 없으면 , 책(할 일)이 자기 맘대로 쓰러집니다. 북앤드를 하나 둘 세워두면 그 사이에 책들이 균형을 잡고 일어서죠."

 

하지만 변화하려고 시도하고, 며칠 지속하다 다시 실패하고, 나는 원래 게으른 인간인 것 같다며 포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마침내 유의미한 변화를 얻은 제가 느낀 점은, 중간에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장 하루하루의 성취가 아니라, 몇십 년간 몸에 밴 게으름을 떨쳐내고자 변화를 선택했다는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잔잔하게 끌고 가겠다는 마음입니다. p161 느리고 덜컹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중


작가는 게으름과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 말미에 작가의 아버지가 쓴 추천사가 이채로웠다. 진짜 게을렀다는 딸에 대한 증언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게으름은 단속하지 않으면 자꾸 모습을 드러낸다. 늘 감시해야 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마음 단두리 차원에서다. 역시나 좋았다. 게으름 탈출이 절실한 분이라면 단기속성 솔루션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니 읽어보시길.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