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내 인생의 갑은 바로 나!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by 토닥토닥서재 2021. 8. 8.

퇴근 후 도서관에 들렀다.
집에 가면 딱 눕기 좋은 소파가 '일루 와~ 잠깐 쉬어.'하고 유혹한다. 나는 그것을 한 번도 뿌리쳐본 적이 없다. 순순히 소파에 안착한다. 그러다 한두 시간 뉴스 보고 집일 하면 책 한 장 못 보고 잠들기 일쑤다. 그래서 오늘은 한 시간만 봐야지하고 도서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신간 코너에서 찾아낸 이 책, 내용이 궁금했다.


'직장인의 폭풍 공감 에세이!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의 갑은 바로 나다!'란 표지글이 눈에 띄었다. 큭큭 웃음을 유발하는 대목이 1장 직장과 2장 술편에 많았다. '직장고(苦)는 쓰리고로도 모자란다. 미치고, 빡치고, 똥 치우고, 약치고, 삽질하고 고통의 연속이다(p49)' 직장인들이라면 이 고(苦) 중 안 겪어본 것이 있을까. 그래서 소주로 수혈을 한다는 크.

어떤 회사를 가도 또라이는 꼭 있다.
어떤 회사를 가도 정치하는 사람은 꼭 있다.
어떤 회사를 가도 노는 사람은 꼭 있다.
어떤 회사를 가도 쌍놈은 꼭 있다.
어떤 회사를 가도 무능은 사람은 꼭 있다.
- p63 회사의 기이한 현상에 대한 직장인 격공 중.


진심 격공(격하게 공감)했다. 이런 사람과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건 고역이다. 작가는 회사는 행복하고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며 '월급은 합의금이자 위로금이자 깽값'이라며 웃픈 위로의 말을 던진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직장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연봉도 많고,
좋은 상사와 미래가 보장되며,
출근하는 게 뛸 듯이 설레는 직장은 더더구나 없다.
떠나는 것보다 버티고 견디는 것이 더 값진 것이다.
- p85 단언컨데, 사표 낼 용기보다 남을 용기가 크다 중


중요한 건 직장을 대하는 태도라고 한다. 취준생이었을때 얼마나 간절했던가. 그때의 초심을 잊지 말되 현실은 직시하고 자신의 중심을 잡으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갑한테 빙그레 웃으며 우아하게 을질을 하라는 충고도 재밌었다. 갑질을 당했을 때 지침은 41, 42쪽에 있다. 필요한 분은 찾아서 보시면 좋겠다.

삶의 고통을 이겨 내는 방법은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을 겪지 않음에 감사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작가는 병원에 가보라며 이렇게 말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힘들다지만 병원 문턱에서는 또 달라진다. 지금 숨 쉬고 있고, 지금 밥 먹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된다. 말하고 듣고 숨 쉬고 걷고 대소변을 잘 보고 잘 자는 것, 그리고 평상시에 고통 없이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책의 후반부는 직장에 대한 태도에서 삶에 대한 태도록 확장되고 있다. 작은 것에 감사해야 인생이 괴롭지 않고, 항상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것을 당부한다. 요즘 tvN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드라마를 한다. 5명의 의대 동기들의 케미와 음악 외에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병원에서 벌어지는 안 좋은 상황들인데, 나와 내 가족이 저렇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안도감을 들게 한다. 이 책에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물론 책 초반에 격공한 것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마인트 컨트롤이 필요한걸로.


How to live?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생 최대의 고민이고 숙제이다.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고민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고민과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티븐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왜냐구요? 외부의 기대, 각종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 앞에서는 모두 밑으로 가라앉고 오직 진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것을 바로 지금 당장 하라  



죽음에 관한 책과 인생을 오래 산 분들이 쓴 책에서도 이 말을 보았다. 그 뒤로는 선택해야 할 순간에 한 번 더 곱씹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 삶이 끝나는 순간에 후회하고 아쉬워할 선택은 하지 말자, 그런 일은 될 수 있으면 덜 만들자라고. "인생은 짧고 사계절은 더 짧다. 짧은 인생,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작가는 묻는다. 한 번은 이 질문에 답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책 제목으로 돌아와서
모든 질병의 시작은 직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뉴스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내가 일 때문에 바쁘고, 힘든 일을 하더라도 직장 동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그 점은 서운해할 필요도 없다. 책에서는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직장 동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직장에서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마라. 회사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퇴사하면 안 본다.'(p158)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나 일에서 답답한 상황일 때 뭔 상관이야(I don't care.)하고 내뱉어 보라고 한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내 주관이라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 먹고 잘 사는 SNS를 보며 부러워할 필요도, 남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들의 사생활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말 나도 아는데 마음이 그렇게 잘 안된다는 분, 마음 스위치가 잘 안바뀌어서 답답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어떨까. 체증이 내려가듯 속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되실지도 모르니.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