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토닥토닥 서재의 책과 일상
BOOK

당신은 가끔 여기에 있다

by 토닥토닥서재 2020. 8. 18.

보통의 연애 보통의 이별

김혜진 지음

(주)경향비피

2018.11.29. 초판2쇄 발행

 

 

 

 

 

나란 사람은 이별에 많이, 아주 많이

의연하지 못한 사람이다.

첫사랑이 아주 큰 상처로 남아서 몇 년을 아파했다.

글의 대부분이 그 사람일 정도로.

상처만 남았던 사랑이었지만,

그 상처를 한때는 감싸줄 정도로 사랑했다.

그래서인지 그리운 날들이 많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비 오는 새벽에 방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보통의 연애, 보통의 이별에 대한 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여전한 세상이다.

시간은 나를 놀리듯이 소리도 내지 않고 흘러갈 뿐이고.

 

자꾸 세상에 잊혀가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아무리 혼자 세상에 대고 한숨을 뿜어대도 나의 한숨은 왜 어디에도 닿지 않는 걸까.

끊임없이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 하나쯤 정지한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요즘의 난 말이야.

도통 행복한 감정도 없고, 슬픈 감정도 드물어.

그런데 유일하게 외로움 하나가 좀 벅찬 것 같아.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지금 내겐 가장 아픈 감정일 정도로.  p14

 

 

 

 

 

 

안녕.

당신의 하루엔 이제 내가 없겠지만

나의 하루는 기어코 당신으로 끝나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놓게 했던 사람이 있다.

숨을 죽이고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내려두게 했다.

보고 싶단 말 한마디를 몇 번의 울음으로 대체해야만 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든 게 암흑인 곳에서 우울을 느꼈다.

그리움이 여울지는 밤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이 되어 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상상 속 그 사람은 내가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잘 살아내는 듯했고,

그래서 나는 상상을 깨뜨렸다.

어느 날엔 내가 걷는 발자국마다 그 사람을 흘리고 다니는 것처럼 자꾸 새겨졌다.

이제 더는 보고 싶어 하지 않겠다는 숱한 다짐은 항상 제자리에 서 있는 내게 침을 뱉고 사라졌다.

결국 잊지 못한 오늘에도 나의 글에 새겨진 그 사람은 말이 없다.

도통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도, 며칠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그사람을 닮아있는 글만이 

내 빈 노트를 꾸역꾸역 채워간다. 

- 당신이 쓰인다 중에서 p81-82

 

 

 

 

 

"그냥 내가 다 미안해."

 

 

 

분명 오래된 만큼 추억도 많을 테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나의 청춘과 함께 자리했을 테고,

소소한 것들로 이우러진 우리의 시절이 너무 소중했을 텐데요,

친구 사이에 관한 고민은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한 번 크게 신뢰를 잃었다가 다시 화해했지만 예전 같지 않다든가,

한쪽만 붙들고 있는 관계라든가.

 

저는 10년간 친구였다고 해서 우정의 깊이마저 10배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은 점차 변하니까요.

예전에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맞다'고 얘기할 정도로 말이죠.

우리에겐 변해버린 서로를 인정하는 게 필요해요.

 

한쪽만 이해하는 관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소중하고, 곁에 없으면 안 될 존재라면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한쪽이 아닌 서로가요.

관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돈독해지는 게 결코 아닙니다.

서로를 꾸준히 보듬어주고 이해해줘야

결국 곁에 남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오래된 사이 중에서 p29-30

 


 

조금 전에 아들이 키운 색이 고운 물고기 한마리가 죽었습니다.

등 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색이 다른,

헤엄치는 모습이 고운 녀석이었는데ㅠㅠ

10마리 중 이제 1마리만 남았습니다.

물 온도가 문제인지, 물이 문제인지, 여과기가 문제인지

아이는 지난 보름동안 그 좋아하는 게임을 멈추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방문을 닫은 걸 보니 속이 많이 상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방에 들어와 노트북을 켜고 아들에게 톡을 보냈습니다.

 

"뭐든 시행착오는 있는거야. 힘내고."

 

더이상 헤엄치지 않는 물고기를 보니 저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작은 생명이 꺼져간 오늘밤..

책 속의 이별과는 다른 이별이지만

'그냥 우리가 다 미안해'

이 말이 맴돕니다.

**